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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ICBM 공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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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피해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개전 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카스피해 인근의 아스트라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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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당국이 21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로 자국을 공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ICBM이 RS-26 ‘루베즈’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ICBM 공격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9일 미국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에 이어 20일 영국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Storm Shadow·프랑스명 스칼프)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러시아가 인접국인 우크라이나를 최대사거리가 5800㎞인 ICBM으로 굳이 공격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용한 미국·영국·프랑스 등에 보복할 수 있다는 ‘핵 위협’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오전 5~7시 러시아군이 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 Kh-47M2 킨잘, 7발의 Kh-101 순항미사일 등으로 중부 드니프로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 1000㎞ 거리에 대륙간탄도탄 쏴…미·영 대놓고 위협



우크라이나군은 이 미사일들이 러시아 남부 카스피해 인근 도시 아스트라한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공 미사일부대가 이 중 Kh-101 미사일 6발을 요격했다”며 “현재까지 보고된 사상자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개전 1000일이 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ICBM으로 공격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확인을 거부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BM 발사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군에 연락하기를 추천한다. 이 주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스톰 섀도, 북한군 있는 쿠르스크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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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공격에 사용한 영국 미사일 스톰 섀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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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CNN에 따르면 서방 관리는 이를 일단 부인했다. 이날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한 서방 관리는 취재진의 질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지만, ICBM은 아니다”며 “미사일의 제원을 평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ICBM 보복 공격이 미칠 파장을 고려한 신중한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새로운 로켓으로 공격받았다”며 “속도, 고도 등 모든 비행 특성을 봤을 때 이 로켓은 ICBM이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ICBM으로 최종 확인되면 이는 ICBM이 사상 처음 실전에서 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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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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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ICBM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보도는 전날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 “러시아군이 아스트라한의 군사기지에서 키이우를 향해 RS-26 ICBM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RS-24 야르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RS-26 루베즈는 최대속도 마하 20의 극초음속 미사일로, 최대 16개의 분리형 독립 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이날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ICBM을 선택한 것을 두고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아스트라한에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1000㎞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 국가가 러시아를 공격했을 경우 핵무기로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핵 교리’ 개정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ICBM 보복 공격 하루 전인 20일 영국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 여러 발을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발사했다. 스톰 섀도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한 첫 사례로, 미국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브랸스크주에 발사한 지 하루 만이다. 쿠르스크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만1000명이 배치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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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에 ICBM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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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스톰 섀도 사용 승인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영국 매체들은 일제히 공격 사실을 보도했다. 가디언은 “친러 전쟁 블로거들이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스톰 섀도 최대 12기가 쿠르스크주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이 목표물이 러시아군과 북한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이라고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또 텔레그램에 스톰 섀도의 파편으로 보이는 물체들을 담은 미확인 이미지도 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 섀도는 공대지 순항미사일로, 작전 반경은 약 250㎞다. 영국은 그간 러시아와의 확전을 우려해 크림반도 등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만 이를 사용하도록 제한해 왔다. 그러다 미국이 에이태큼스(사거리 300㎞) 사용 제한을 풀자 영국도 곧바로 스톰 섀도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쓸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다.

영국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해 왔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지난 1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게 놔둘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파격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2억7500만 달러(약 3847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우크라 부채 7조원 탕감 추진

또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진 부채 47억 달러(약 6조5700억원)에 대한 탕감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에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경제 및 예산 지원을 위한 대출 94억여 달러(약 13조원)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을 탕감한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지난 18일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돕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공급 승인 사실도 공식 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대인지뢰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뢰 설치는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대인지뢰는 설치 후 2주 내에 폭발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돼 전쟁 종료 후 민간인에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임선영·백일현·이승호·박형수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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