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신종자본증권 7000억 발행
자본금 확충으로 보증기반 마련
전문가 “낮은 회수율 끌어올리고
전세금 반환보증제도 개편 시급”
HUG는 전세사기 피해를 본 세입자들에게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느라 올해 4조 원 가까운 손실을 봤습니다. 그 여파로 자본금이 올 초 6조8000억 원에서 연말엔 2조6800억 원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되자 급하게 자본을 채워 넣는 겁니다.
일단 이번 조치로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중단 사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HUG는 자기자본 대비 90배까지 전세금 반환보증 등 각종 보증서를 내줄 수 있는데, 연말엔 이 비율이 132.5배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7000억 원을 채워도 ‘90배’를 맞추려면 9700억 원이 더 모자라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일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의 회수율을 끌어올리고 반환보증 제도 개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올해 1∼8월 대위변제금 2조7398억 원 중 회수한 돈은 2203억 원으로, 회수율이 8%에 그쳤습니다. HUG가 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고 취득한 주택의 상당수가 보증금이 감정가를 넘는 ‘깡통주택’이기 때문입니다. 경매에서 낙찰을 받더라도 돈을 더 얹어 HUG에 보증금을 갚아야 하니 경매가 줄줄이 유찰될 수밖에 없습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팔리지 않는 주택이라면 고육지책으로 보증금 일부만이라도 회수하는 방식으로 경매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부에선 보증료율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임대사업자가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율은 최고 1.59%인데, 전세금 반환보증은 0.115∼0.154%로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증금 전액이 아닌 일부만 보증하는 상품을 활성화해 주택 가격 대비 보증금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전세 제도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로 그 나름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가 하루빨리 개편돼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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