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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필동정담] 엔비디아 SW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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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6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원화로 따지면 500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이유는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필수재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가 1위가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거머쥐고 있어서다. PC를 작동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필요하듯, GPU를 AI 학습·추론에 사용하려면 엔비디아가 개발한 '쿠다(CUDA)'가 필수적이다.

쿠다의 공식 명칭은 통합 연산(Compute Unified)을 위한 장치 설계(Device Architecture)로, 복잡한 계산을 훨씬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AI 칩의 발전사는 쿠다 전과 후로 구분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AI를 연구하거나 개발하려면 FPGA나 ASIC 같은 특수 칩이 필요했고, 이를 구동하기 위해선 매우 우수한 프로그램 실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2006년 쿠다를 공개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엔비디아는 GPU가 탑재된 컴퓨터에 쿠다 도구(툴킷)를 내려받고 이미 공개된 자료(라이브러리)에서 코드를 손쉽게 꺼내,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런 편리함은 생태계로 이어졌다. 사용자들이 라이브러리에 자신이 만든 코드를 꾸준히 올리면서, 오늘날 쿠다 라이브러리에는 수학 연산, 딥러닝 지원, 영상 처리, 물리 시뮬레이션과 같은 셀 수 없이 많은 오픈소스 코드가 업로드돼 있다.

구글 AMD 인텔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쿠다를 대체할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지만, 좀처럼 쉬워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엔비디아 직원 약 2만9600명 가운데 절반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이달 21일에는 엔비디아가 아이온큐와 쿠다 시스템을 활용해 양자컴퓨터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생태계가 확장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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