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전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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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있는 ‘유령 건물’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해명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애초 스크린 골프장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딱 잡아뗐던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한겨레 보도로 ‘뇌물’ 논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스크린 골프장을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사비는 “경호시설 관련 예산을 썼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해명도 지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국회 국정감사 때의 말과 달라 의문만 더 커진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 건물은 증축 2년이 넘도록 신고하지 않아 부동산 등기부에도 나오지 않고, 공사비 집행 내역은 정부 예산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관저 이전 과정에서 증축된 시설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인데도 말이다. 특정 업체가 공사비를 받지 않거나 대납 형태로 하고 지어주었다면,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스크린 골프 시설이 아닌 창고”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경호처는 한겨레 보도 후 윤 의원 쪽에 ‘골프 연습장 설치를 검토한 것은 맞지만 건물만 짓고 시설을 들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금 이 건물은 ‘경호인력 대기 및 사무 공간’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해명이 맞다면 국감 때 “창고”라고 답한 정 실장은 위증을 한 게 아닌가.
경호처의 해명 내용도 의심쩍기는 마찬가지다. 경호처는 관저 이전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 7월 현대건설과 1억3천만원에 공사 계약을 체결했고 8월쯤 완공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감사 결과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감사원은 관저 이전 공사에 들어간 모든 예산을 감사했다고 발표했다. 경호처 예산이 쓰인 공사라면 당연히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이 부실감사를 했거나, 아니면 경호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비 출처를 입증할 방법이 없으니 일단 경호처 예산이라고 둘러대고 나중에 계약서 등을 짜맞춘 건 아닌가.
감사원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사에서 빠짐없이 했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대통령 관저 감사 때는 하지 않았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 등이 자료 협조를 잘해서 안 했다”고 했다. 경호처 해명이 맞다면 감사원은 경호처 말만 듣고 겉핥기식으로 감사한 것이다. 감사원은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들의 부실감사 지적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감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 말에 책임지려면 감사원은 이번 의혹에 대해 당장 재감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를 통한 의혹 규명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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