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이 SNS에 팬들을 태우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이른바 ‘사생 택시’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사진 김재중 SNS |
가수 김재중은 지난 6월 발매한 노래 ‘하지마’에 사생팬(스토킹 등으로 유명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집단)으로부터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경험담을 가사에 담았다. 최근에도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NCT 등 많은 가수들이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가수 정은지와 오유진의 스토커는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연예인은 연예활동과 인터뷰 등을 통해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일부가 노출되어 스토커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스토킹 행위에 대한 제재도 미약했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21년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은 집요한 접근이나 미행, 기다림, 감시, 물건의 도달, 훼손 등 여러 스토킹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하였고, 실제로 비와 김태희 부부에 대한 스토커는 징역형의 실형을 받기도 했다. 2023년에도 온라인상 개인정보 게시, 피해자 사칭행위 등을 스토킹 범죄로 포함시켰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죄 규정도 삭제하는 등 제재를 강화했다.
법원도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라도 반복되어 누적되면 상대방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비약적으로 증폭된다는 점을 고려해, 반복적으로 전화를 시도하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초인종을 누르는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통화 당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거나 심지어 통화 연결이 되지 않은 채 ‘부재 중 전화’ 문구만 표시된 경우에도, 통화 시도가 반복돼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면 스토킹 범죄로 평가하고 있다.
스토커에 시달리는 유명인의 모습. AI가 그린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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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히 법적 대응을 꺼리는 것은 그들의 이미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대중 앞에 완벽하고 긍정적인 모습 만을 유지하기를 기대하는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팬과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기도 하고, 스토커에 대한 강경 대응이 때로는 팬과의 소통을 단절하려는 행위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 때문에 법적 절차를 망설이는 동안 피해는 심화되고, 그들의 삶은 점점 더 위협받으며, 스토커가 더욱 대담하게 행동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확산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스토커들이 실시간으로 연예인의 일상이나 위치 정보를 파악하거나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통해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비행기 좌석 정보를 알아내 함께 탑승을 시도하는 등 스토킹 행위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연예인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과 공포 속에 정상적인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팬들과의 건강한 관계마저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 일부 언론과 아이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위협하는 자들을 사생팬이라는 표현 대신 범죄자라는 의미의 ‘사생범’으로 지칭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팬이 연예인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일이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생활과 안전까지 침해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존중을 통해, 그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 필자소개
이용해 변호사는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SBS PD와 제작사 대표로서 ‘좋은 친구들’, ‘이홍렬 쇼’, ‘불새’, ‘행진’ 등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서 넷플릭스·아마존스튜디오·JTBC스튜디오 등의 프로덕션 법률 및 자문 업무를 수행해왔다. 현재 콘텐트 기업들에 법률 자문과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YH&CO의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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