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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또 뒤통수 친 日, 추도식 불참 韓…결국 터진 사도광산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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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약속했던 日, 진정성 없는 태도 논란

韓정부, 추도식 하루 앞두고 전격 불참 통보

추도식 참석 日 인사,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

日, 세계유산 등재 '잇속' 챙기고 군함도 이어 또 '뒤통수'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 앞두고 한일 관계 돌발 악재

노컷뉴스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에 위치한 사도광산의 도유 갱도 내부 모습. 최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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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조선인 노동자 등을 추모하는 '추도식'을 약속했던 일본 정부의 진정성 없는 태도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우리 정부는 추도식을 하루 앞두고 전격 불참을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라는 '잇속'만 챙겼다는 비판과 함께 우리 정부가 또 '뒤통수'를 맞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협력 강화를 내세우고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둔 한일 관계에 돌발 악재가 발생한 모양새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해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도식을 하루 앞두고 전격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불참 결정을 내린 배경으론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 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 이견은 일본의 추도식 참석 인물과 추도사 등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전날 추도식에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는데, 그가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일본 정부 대표로 오는 건 한국인 유족에겐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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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참의원 의원 당선 직후 이쿠이나 정무관. 연합뉴스



추도식 참석 인물 뿐만 아니라,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우리 정부에 대한 약속, 추도식 준비 과정까지 일본의 태도는 과거사와 관련한 '진정성'이 결여됐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1200~1500명의 조선인이 동원돼 강제노역했던 곳이다. 하지만 일본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하며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등재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섰고 일본 정부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 환경과 고난을 기리기 위한 전시물 설치'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사도섬에서의 노동자 추도식'을 약속했다. 당시 정부는 "일본 측의 '선제적 조치'를 관철시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도광산 전시물에는 '강제'라는 표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추도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인 유족과 관련 숙소·항공편 등 소요 예산을 전부 우리 외교부가 부담하는 형태인 데다, 정식 명칭도 누구를 추도하는지조차 모를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졌다. 심지어 일본 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도 행사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정성 없는 '맹탕 추도식'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일본 대표로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의 '보이콧'으로 귀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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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에 위치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축하 홍보물들. 최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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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지난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재 때에도 확인된 바 있다. 일본은 당시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 설치를 약속했지만, 센터를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설치하고 강제성을 부인하는 자료도 다수 전시하는 등 아직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군함도 때 기억을 되살려 이번에는 명확한 약속을 받아냈다고 했지만 결국 일본에게 또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되면서 외교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의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결정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의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민영방송 TBS는 "한국 외교부가 당국 간 의견조율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참을 발표했다"면서 "한국 미디어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적이 있는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석하는 것이 (불참 결정) 이유라는 견해를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향후 추도식 참석에 대해선 일본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와 지속 소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번 일로 협력 강화를 내세우고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둔 한일 관계에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일 협력이 예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기에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한일관계 개선에 힘입어 한미일 협력이 왔고 이건 앞으로도 우리 안보를 위해 강화돼야 할 중요한 과제이고 일본도 잘 알고 있다"며 "단일성인 어떤 문제 때문에 전반적 양국 관계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당국자들과 유가족 11명은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이미 일본에 도착했지만, 정부 '보이콧' 결정에 따라 별도의 자체 추도식을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도광산 노동자 관련 시설도 시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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