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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朝鮮칼럼] 한·미·일 로드맵, 한·일이 먼저 트럼프에게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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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절 한·미·일 3국 협력

트럼프 2기에도 순항할까

공급망 불확실성·中 신기술 대응

3국 협력이 ‘승리 딜’ 확신 줘야

경제·기술·군사 안보 차원서

한일 정부가 협력 로드맵 만들어

하루빨리 트럼프에게 전달해야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대통령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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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관계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귀환으로 한·미·일 3자 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의 역사적 결단으로 2023년 한일 관계가 개선되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관으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열려 한·미·일 관계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런데 한·미·일 관계가 과연 트럼프 2기에도 순항할지 의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에게,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발전을 거듭한 ‘부자 나라’다. 이들에게 ‘동맹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한일을 한·미·일 3자 틀 속에 넣고 다루기보다, 양자 차원에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각각 상대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을 유지하려면, 어렵사리 관계 개선을 이룩한 한일이 (한·중·일과 달리) 한·미·일 협력이 지닌 ‘부가가치’를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

사실, 트럼프 1기는 한·미·일 3자 협력을 초기에 강조하다가 이내 한국과 일본에 동맹 비용 및 관세 압박을 가함으로써 3자 협력의 진전을 저지했다. 따라서 집권 1기에 3자 협력의 기초를 다졌으니 집권 2기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미·일은 위협 인식을 공유하지만, 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르다. 그래도 한·미·일이 선의의 경쟁 속에서 공급망 불확실성과 중국의 신기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승부수(winning deal)’라는 확신을 트럼프에게 심어줘야 한다. 한일이 함께. 그래야 한미 및 미·일 동맹에 대한 그의 ‘편견’도 바뀔 수 있다.

한·미·일은 산업적 강점이 상호 보완적이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원전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첨단 소재와 정밀 기계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은 한국의 제조 공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미국은 첨단 기술 개발 및 범세계적 시장의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혁신적인 연구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경제 안보’를 위한 한·미·일 협력은 공급망의 연계성을 높이고, 양자 관계에서 발생하는 공급망 단절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미·일은 동남아, 인도, 중남미에 투자를 확대하여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희토류, 반도체, 의약품과 같은 핵심 품목에 대해 공동 비축 전략을 세워 중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차질에 대비할 수 있다.

‘기술 안보’를 위한 3국 협력도 가능하다. 한·미·일이 함께 반도체, 인공지능(AI), 5G·6G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는 가운데 각국의 기술력과 자원을 결합하면, 중국의 기술 발전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세 나라는 ‘신기술 표준화’ 작업을 통해 글로벌 기술 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상호 운용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군사 또는 이중 용도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정책을 조율함으로써, 국제 질서의 현상 유지를 거부하는 나라에 대한 기술적 견제를 할 수 있다.

‘군사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미·일 동맹이 견고하지만,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 북한 및 역내 도전에 체계적 대응이 가능하다. 대잠수함 작전, 미사일 방어, 수색 및 구조 작업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한 3자 군사훈련이 긴요하다. 통합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미사일 방어 기술, 특히 첨단 요격 체계나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한 3국 공동 연구·개발(R&D)을 하면, 중복을 피하고 신속한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미·일은 우주 도메인 인식(SDA) 협력, 즉 인공위성, 우주 쓰레기, 우주 물체들을 감시할 수 있다. 3국이 우주 감시 및 위성 기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적의 미사일 발사 탐지와 우주 자산 추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요컨대, 한·미·일은 협력의 범위를 전통적 군사 안보에서 경제 안보, 기술 안보로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안보 위협에 대한 ‘통합 억제’를 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 혼자(America Alone)’만으론 안 된다. 미국은 경제·기술·군사 분야의 핵심 동맹국인 한일과 함께 도전에 맞서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발전하고, 기술적 우위를 지켜낼 수 있으며, 힘을 통한 평화가 가능하다. 트럼프 2기 출범 전까지, 한일 정부가 한·미·일 협력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 트럼프 당선인에게 조속히 전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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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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