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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폭력의 그늘 꾸준히 응시… 겉치레 없이 투명하고 힘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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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희곡상] 심사평

안도와 기대. 올해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을 고르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그랬다. 탄탄한 희곡, 잘 만든 공연이 많았다. 나름의 시선으로, 다양한 형식으로 한국 희곡은 연극적 서사의 힘을 되찾고 있었다. 많은 작가와 작품에 대해 우리는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간의 걱정이 기우였다고 말할 수 있어 기뻤다.

제18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은 김민정의 ‘미궁(迷宮)의 설계자’이다. 2004년 ‘가족의 왈츠’로 데뷔한 이래 김민정은 ‘해무’ ‘짐승의 시간’ ‘하나코’ 등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 공동체에 드리운 집단적 폭력의 어두운 그늘을 꾸준히 응시해 왔다.

‘미궁의 설계자’는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야만적인 폭력과 고문이 자행된 공간에 대한 연대기다. 그 건축물의 설계자, 희생자들 그리고 현재의 시선을 통해 폭력의 구조, 구조화된 폭력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윤리적 선택에 대해, 결코 쉽지 않은 물음을 던진다. 진심(盡心)으로 곧장 본질을 향해 육박(肉薄)하는 것. 스무 해 동안 김민정은 그 마음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 진심(眞心)으로, 그의 언어는 요란한 겉치레 없이도 단단하고 투명하며 힘이 세다.

/심사위원 손진책·허순자·배삼식

[심사위원 손진책·허순자·배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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