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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또 털렸다…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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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올해 1~10월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사범 검거 건수가 1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 기술유출 사범 건수도 25건으로 국가수사본부 출범인 2021년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해외 기술유출 사범 검거 수는 전년 대비 10건 늘어난 22건이었다.

전체 기술유출 사건에서 해외 유출사건 비중도 올해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2021년 10.1% △2022년 11.5% △2023년 14.7% 수준이었던 해외 유출사건 비중은 올해 1~10월 21.7%로 올랐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관내 기업·산업단지 등 지역 특성에 맞춰 수사팀별 전담기술을 지정해 전문 수사체계를 구축했다. 수사관들의 적극적인 외근활동도 독려해 해외 기술유출 첩보 수집 기반도 마련했다.

해외 기술유출 사건 중 디스플레이가 8건으로 3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반도체로 7건(28%)이었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기술유출에 홍역…처우에 불만 품은 직원들이 범행

머니투데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OLED 양산 기술유출 개요/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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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 직원 출신 A씨와 B씨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들과 범행을 공모한 LG디스플레이 전현직 직원 C씨와 D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A씨와 B씨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선두업체들로 이직하면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대형 OLED 양산 공정, 설비 사양 등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LG디스플레이 같은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한 OLED 분야 핵심인재들이다. A씨는 LG전자에 입사해 LG디스플레이로 옮겨 20년 이상 대형 OLED 연구를 담당했다.

A씨는 2021년 상반기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로 이직하면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설계 도면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넘겼다. 광저우 공장에선 TV 화면에 들어가는 핵심 OLED 패널을 양산한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이곳 OLED 양산 공정에만 약 5조원을 투자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해 4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A씨는 평소 LG디스플레이에서 처우에 대해 불만을 갖던 와중에 이를 파악한 중국 경쟁사에서 고액의 연봉을 제안하자 이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직한 이후에도 2022년까지 당시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 중이던 B·C·D씨와 공모해 대형 OLED 양산 기술을 빼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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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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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4월 중국 국적 30대 여성 E씨를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그는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반도체 설계의 불량을 분석하는 부서에서 줄곧 일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연봉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파악한 화웨이가 E씨에게 기존 연봉의 수 배에 달하는 봉급을 제안했고 그는 같은해 6월 화웨이로 이직했다.

E씨는 이직을 준비하면서 회사 보안상 USB(이동식저장장치) 사용이 불가능한 점을 파악해 '핵심 반도체 기술 구현을 위한 공정 문제 해결책' 관련 자료 A4 용지 3000장 이상을 출력해 화웨이에 넘겼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제조시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경찰은 올해 피의자가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고 받은 급여·체류비용 등을 특정해 기소전 추징보전 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도 집중했다. 경찰은 지난 1~10월 6개 사건에서 약 49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경찰청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첨단화·조직화하는 해외 기술유출 범죄 근절을 위해 전담 수사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위장수사 등 최신 수사기법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기술유출 피해를 입었거나 의심 사례를 목격했다면 국번없이 113이나 시도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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