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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투데이 窓]트럼프의 주요 관심사가 된 에너지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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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




곧 미국 제47대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인 '아젠다 47'이라는 게 있다. 챗지피티(ChatGPT)에게 '아젠다 47'의 주요 내용에 대해 물었더니 에너지 정책, 군사력 재건, 무역 정책 세 가지를 핵심어로 제시했다. 미국이 세계에서 에너지와 전기가 가장 저렴한 국가가 되게 하겠다는 혁신적 에너지 정책이 챗지피티의 대답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된 점이 놀랍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위주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초래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저해하는 한편 중국의 에너지 산업 성장을 가속시킨다고 진단했다. '아젠다 47'에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최우선의 해결책으로 셰일가스와 석유 채굴을 위한 시추를 활성화하여 저렴한 화석연료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제시되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여겨졌던 화석 에너지 사용을 오히려 진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젠다 47'에는 파리기후협약의 재탈퇴도 적시되어 있다.

이러한 미국 에너지 정책 대전환의 기저에는 미국내 화석 연료 매장량이 세계 최고이고 채굴 비용도 충분히 싸므로 세계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에너지 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에너지 사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선진원자로 개발 지속 추진도 '아젠다 47' 에너지 정책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원자력도 위대한 미국의 한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난 정부에서는 경제성보다 환경성을 중시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강고하게 펼쳐졌다. 우리나라가 충분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지나치게 싼 전기요금이 전력 과소비를 유발하고 기형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구조를 초래하므로, 전기요금 인상을 불사하더라도 저렴하지만 환경에 위해를 끼치는 석탄과 원자력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 에너지 전환 정책의 기반 논리였다. 또한, 현재는 비싸지만 친환경인 재생에너지는 보조금을 주어서라도 육성시키면 기술 발전에 따라 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경제성도 좋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에너지 전환 정책의 당위였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요한 결과는 태양광 발전의 급속한 확대이다. 2017년 말 5.1GW에 불과하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올 10월에는 26.8GW로 급증했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량은 3.3GWy로 전체 발전량의 약 5%를 차지할 만큼 늘어났다. 석탄 발전의 감소와 더불어 변동성이 큰 태양광 발전의 증가는 가스 발전량의 증대를 초래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가스 가격 폭등은 결국 우리나라 전기료의 대폭적인 인상을 유발했다. 2021년 kWh당 110원 정도였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160원 정도로 올랐다. 3년 만에 45%인상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올해 165원으로 주택용 158원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보다 20% 이상 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민생을 고려해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을 덜한 관계로 기형적인 전기요금 구조가 형성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려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사실 우리나라에서 더 크게 부각될 문제이다.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kWh당 약 60원으로 지난해 200원이 넘었던 LNG나 태양광보다 훨씬 싸다. 향후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2030년까지 최초 운영허가기간이 만료되는 10기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추진이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하고, 신규원전의 준공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다가올 AI시대에 저비용으로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선진원자로 개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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