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년간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 /그래픽=윤선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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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 년간 커피 원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세계 곳곳에 가뭄, 홍수, 이상고온 등 기상이변을 불러온 엘니뇨가 커피 작황에도 영향을 미쳐서다. 증권가에선 '기후플레이션'(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 위험을 분산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영국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4.14% 오른 4985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일 년간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은 89%대 뛰었다. 지난해 9월에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커피 강세의 배경에는 엘니뇨가 있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무역풍 약화가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은 강우량이 높아지고, 미 북부와 캐나다, 아시아 등에는 가뭄이 찾아온다.
이 때문에 엘니뇨는 커피를 비롯한 연성 원자재(소프트 커머디티)의 가격을 올려놓는 주범으로 꼽힌다. 올해도 엘니뇨는 세계 최대 커피 산지인 브라질과 로부스타 원두의 주요 산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가뭄을 불러왔다. 커피 원두 생산량이 줄어들자 가격도 지난해 말부터 강세를 보였다.
기후 변화가 심화되는 만큼 커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피치 솔루션의 찰스 하트 애널리스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동안 기후 변화로 커피 부문에 구조적인 리스크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커피 생산량이 영향을 받으면서 가격 변동성도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가 만든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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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단기적으로 커피 가격의 강세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가 찾아오며 커피, 코코아 등 연성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프트 가격 강세를 야기했던 엘니뇨가 종료되면서 원당/커피/코코아 등 소프트 가격이 내년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라니냐가 찾아오면서 소프트 대신 곡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라니냐는 전 세계에 옥수수와 대두를 공급하는 핵심 생산지인 북미에서 강추위를, 남미에서는 가뭄을 유발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 가격은 하락하지만 옥수수, 대두, 소맥 등 곡물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돼 투자 자산으로서의 농산물에 더욱 관심을 가질 시기라고 조언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농산물 등 원자재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위험 헤지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상기후로 인한 원자재 반등은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중 기후플레이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상품은 단연 농산물이다.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될수록 주식, 채권 등 자산보다 오히려 농산물 등 원자재가 포트폴리오 위험 헤지 수단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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