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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전혀 간단하지 않아”… 여대에 래커 제거 견적 간 청소업체 후기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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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5일 오후 서울 한 여대에 남학생 입학 규탄 게시물이 붙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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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여대에서 재학생들이 학교 측을 상대로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래커 등을 활용해 여러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 청소업체가 교내 안팎 곳곳에 칠해진 래커를 제거하는 견적을 내기 위해 다녀온 학교 방문 후기가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에서 특수청소·고압세척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5일 블로그에 ‘여대 낙서, 래커 제거 견적 다녀왔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여기에 한 여대 방문 후기를 적었다.

래커 제거 문의가 와 견적을 보기로 약속하고 갔다는 A씨는 “왕복 3시간 넘게 걸려 래커 낙서가 된 대학에 다녀왔다”며 “도착하자마자 정문 외벽에 낙서가 보였다”고 했다.

A씨는 “넓은 범위에 (낙서가 되어 있어) 놀라고, 여기뿐만 아니라 실내에도 있어서 또 놀랐다”며 “낙서가 된 장소도 제각각에 래커도 한둘이 아니고, 성분이 다른 종류들을 사용했다”고 했다. 실제로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건물 외부는 물론 내부 대리석 바닥과 벽 곳곳에 ‘학교의 주인은 학생’ ‘여대의 주인은 여성’ 등의 문구가 여러 색의 래커로 적힌 모습이 담겼다.

A씨가 방문한 여대는 최근 국제학부 남자 신입생 입학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성신여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실내 대리석 낙서는 지우고 나서 연마 후 색 조합도 다시 맞춰줘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라며 “래커 제거는 작업 과정이 까다로워 힘들기도 하고, 반복 작업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돼 비용도 더 올라간다”고 했다.

A씨는 샘플로 래커 낙서 일부를 지워본 후기를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석재 재질의 벽면의 검은색 래커 낙서 일부에 약품을 뿌리자, 어두운 자국이 살짝 남기는 했지만 대부분 지워졌다. A씨는 “고압 세척 후 반복 작업을 하면 깨끗이 제거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석재 계단에 칠해진 빨간색 래커는 약품만으로는 제거가 잘되지 않았다. A씨는 “약품에 반응이 없다. 같은 재질의 석재여도 이렇게 다르다”며 “반복 작업으로 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A씨는 특히 많이 손상된 계단의 한 부분을 두고 “이 밑에 칸은 누가 했는지, 석재를 갈아낸 정도가 아니고 손으로 만져보니 움푹 파여있고 조각하다 그만둔 잔해도 만져진다”며 “이렇게 자재가 상하면 (복구를) 안 하느니만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일부 벽면에는 래커가 아닌 아크릴 물감으로 추정되는 재료로 쓰인 낙서도 있었다. 이에 A씨는 “색이 스며들어서 약품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대리석 폴리싱(연마) 작업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며 “이 부분만 해도 금액이 상당하다”고 했다.

래커들은 색과 종류 등에 따라 제거 가능 여부에 차이가 있었다. 흰색, 파란색 래커는 상대적으로 깔끔하게 지워졌지만, 빨간색 래커는 제거 후에도 착색된 듯 흔적이 남았다.

A씨는 “래커 제거 후 그냥 두면 (잔여 래커가) 안으로 더 스며들고, 그 스며든 것을 빼내기 위해 2~3배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며 “간단해 보이지만, 전혀 간단하지 않은 여러 공정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한편 남녀공학 전환 논란에 불을 지핀 동덕여대는 재학생들의 시위 끝에 지난 21일 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동덕여대 본부는 이날 총학생회와 약 3시간 면담을 진행한 뒤 향후 공학 전환 관련 논의를 재개할 경우, 논의 재개 사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게시하겠다고 합의했다.

다만 25일 3차 면담에서 동덕여대 본부와 총학생회는 본관 점거 해제 문제에 대한 입장차만 드러낸 채 면담을 마쳤다. 학생들은 남녀공학 논의가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본관 점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면담에서 합의된 내용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결렬된 것이다.

이후 김명애 총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대학은 학내 정상화를 위해 폭력 사태, 교육권 침해, 시설 훼손 및 불법 점거에 대해 법률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단호히 실행해 학교를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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