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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북한 마주보는 김포 애기봉에 35m 대형 국기게양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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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전망대에서 바라본 조강 물줄기와 강 건너편 북한 개풍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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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에서 북한과의 최접경 지대인 애기봉에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26일 김포시의 예산편성 설명 자료를 보면, 김포시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국기게양대 설치 사업을 위해 1억원의 예산을 내년 본예산안에 담았다. 국기게양대 설계용역에는 700만원이 들어가며 공사비에는 9300만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국기게양대 높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30m 중반이 될 것이라는 게 김포시의 설명이다.



김포시가 제시한 예산 요구 사유 중 첫 번째는 대형 국기게양대 설치를 통한 국가 자부심과 애국심 고취다. 이 밖에 통일을 희망하는 상징성 있는 구조물 설치로 애기봉의 관광 명소화 추진도 예산 요구 사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최접경 지역에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는 게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기봉 생태평화공원은 높이 155m로 북한과는 불과 1.4㎞ 떨어져 있다. 김포시민단체인 시민의힘은 전날 논평을 통해 “김포시가 애국심 고취 목적으로 설치한다는 국기게양대는 전쟁 심리전의 수단이고, 남북 간 긴장, 갈등, 공포만 키우고 확산하는 존재 의미가 없는 구조물”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계순 김포시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포 접경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최근 북한의 대남 방송으로 귀신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며 “더군다나 사업 목적을 국가 자부심과 애국심 고취라고 설명하는데, 국가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포시 쪽은 “김포시와 맞닿은 지자체인 파주시도 접경지역인 오두산에 35m짜리 국기게양대를 설치했다. 이번에 설치하려는 국기게양대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며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 안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어 이와 관련해 국기게양대 설치를 계획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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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전경. 김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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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 국기게양대 설치를 시도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빈번하다. 서울시는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 110억원을 들여 국기게양대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뒤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 경북 경주시는 지난해 황성공원에 56m짜리 국기게양대 설치를 추진했다가 반발이 일자 높이를 30m로 축소한 뒤 지난 8월 준공했다. 연수구는 내년 준공 예정인 보훈회관 건물 앞에 2억원을 들여 35m 국기게양대를 만들어 대형 태극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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