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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한잔에 담았다, 제주의 맛…감귤 건배, 세계가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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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주)시트러스 김공률 대표(사진 오른쪽)와 이용익 공장장이 활짝웃고 있다. /사진=시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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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고 맛난 감귤인데도 좀 크거나 작은 감귤은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죠. 정성을 다해 키운 제주감귤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다 마침내 제주감귤로 술을 빚게 됐다. 신례리 마을 140여 농가가 함께 법인을 만들었고, 제주감귤을 100% 원재료로 해 명품 감귤주를 생산하고 있다. "(김공률 농업회사법인 시트러스 대표)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주)시트러스는 제주감귤을 원재료로 유니크한 감귤주를 빚고 있다. 지난 달 찾아간 공장 벽면에는 크게 새겨진 '혼디酒' 3글자가 오가는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혼디주'는 '함께, 같이'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맑고 건강한 제주의 맛을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회사 대표인 김공률씨는 이 마을에서 30여년간 감귤을 재배한 '프로 농사꾼'이다. 2013년 당시 마을이장으로 낙후된 지역 발전을 고민하던 김 대표가 향토산업육성사업(서귀포감귤주명품화 프로젝트)을 신청하면서 3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아 양조장(738.51㎡)을 세우고, 감귤 발효주 개발에 뛰어든게 시트러스의 출발점이 됐다.

김 대표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묶어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제주 감귤을 활용해 최고의 술을 만들어 보자고 설득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당시 우리가 혼디의 가치를 만들어 가자고 얘기 했는 데 지금도 그 뜻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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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을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는 '혼디주' '신례명주' '미상'(사진 왼쪽부터)이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시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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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는 국유특허였던 '감귤술 제조방법'의 통상실시권 계약 후 양조 전문가 이용익씨와 함께 발효주, 증류주 등 다양한 과실주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2014년 상표등록과 공장설립을 마친 뒤로 △'혼디주'(2015) △'신례명주'(2016) △'신례명주 마일드' '감귤와인'(2017) △한라봉와인 '마셔블랑' '귀감(귀한감귤소주, 2018)을 잇따라 출시하며 인지도를 높여 왔다.

국내 대표 주류업체인 (주)진로에서 연구소장으로 재임한 이용익 공장장의 합류는 '천군만마' 였다. 그는 VIP, 임페리얼, 참나무통 맑은소주 등 애주가들이 꼽는 명주를 개발했고, 생산에 직접 참여한 주류업계의 레전드다. 그의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혼디의 가치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시트러스 김예원 차장은 "젊은층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을 추구하고 있다"며 "각 브랜드마다 맛과 품질의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신례명주'는 전 세계에 없는 감귤브랜드로, 보급형 감귤 증류주인 '미상25'는 소주와 달리 다양한 하이볼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셔블랑'은 봄에 피는 감귤꽃에서 채취한 꿀을 넣어 한라봉의 상큼한 맛과 한데 어울리는 저도주로 생산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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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시트러스가 다양한 브랜드로 K-명주 반열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시트러스 본관 지하에 보관중인 오크통들./사진=정혁수 /사진=정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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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 이용익 공장장이 지하 보관실에서 오크통에 든 감귤주의 숙성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시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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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도 2020년 시트러스와 대한민국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시트러스 생산 제품에 대한 디자인·유통·마케팅 등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각계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2023년 참가한 '몽드셀렉션'에서는 금상(신례명주)과 은상(미상25)을 잇따라 수상하는 등 시트러스의 기술력과 맛을 국제무대에서 인정 받았다. 몽드설렉션은 1961년 브뤼셀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품평회로 '식품업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정부로부터 '농촌융복합 스타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농촌융복합 스타기업'은 농촌융복합 사업자 중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대국민 홍보 및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다.

시트러스는 지역내 비상품 감귤을 연간 63톤이상을 수매해 감귤 전통주를 생산하고 양조장 체험을 운영, 제주 감귤의 고부가가치화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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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봉의 상큼한 맛을 연상케 하는 '마셔블링'. 젊은 연인들이 즐겨찾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사진=시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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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감귤 증류주인 '미상25'는 다양한 하이볼로 만들어져 애주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사진=시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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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과 지역이 '혼디'하는 시트러스는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때도 대만과 싱가포르 수출(2021)에 성공했고, 이듬 해인 2022년 호주까지 수출하는 등 해외 판로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해와도 수출상담이 오가고 있다.

김공률 시트러스 대표는 "현재의 브랜드 인지도를 더 확대하는 동시에 버려지는 감귤없이 전량을 감귤주 원료로 쓸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더 힘쓸 계획"이라며 "지역주민과 마을에서 시작된 작은 기업이 제주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 날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서귀포(제주)=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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