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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재용 회장 1년 전과 '같은 듯 다른' 최후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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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전부 무죄 나온 1심에선 합병의 정당성 강조...2심선 자기성찰과 삼성미래 고민에 방점

머니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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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긴 침묵을 깨고 1년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혐의 1심 최후진술을 한지 1년여만인 지난 25일 항소심(2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다. 이 회장이 공항출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답한 적은 있지만 길게 자신의 입장을 얘기한 것은 약 1년만이다.

1년 사이 이 회장의 최후진술은 닮은 듯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우선 3년 5개월간 106차례의 재판을 진행한 1심과 달리 2심은 지난 9월부터 2개월여에 걸쳐 5차례로 쟁점별로 집중한 때문인지, 최후진술의 내용도 과거에 비해 절반 정도의 길이로 줄었다. 그 내용도 1심에서는 합병과 관련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면 2심 최후진술에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자기성찰과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1심과 2심 최후진술에서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합병과정으로 인해 국민과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두 최후진술 모두 합병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도 명확히 했다. 특히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합병이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리더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최종 책임자로서 책임질테니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은 두 진술 모두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담기도 했다.

반면, 1심 최후진술에선 경영자로서의 판단과 합병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중점을 둬 합병을 통해 달성하려 했던 목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변화와 같은 구체적 경영적 판단을 강조했다면, 2심 최후진술에서는 재판 과정에서의 성찰과 국민적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점에 대한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더 냈다. 경영 전략보다는 국민과 회사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다.

또 1심 최후진술에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생성형 AI 기술 혁신 등 외부 환경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합병의 필요성을 설득한 반면, 2심 최후진술에선 재판 과정에서 자신과 회사를 되돌아보게 된 계기였다는 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1심 진술에서 이 회장은 합병과 관련된 구체적 경영 전략(지배구조 투명화, 신사업 투자 등)을 언급하며 합병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설득했다면 2심 최후진술에서는 구체적인 경영 전략보다는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는 포괄적 다짐으로 삼성의 위기와 국민적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1심 재판부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19개 모두에서 무죄선고를 한 상황이어서 2심 최후진술에서는 자기성찰과 미래준비에 대한 목소리를 더 담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 회장의 1심과 2심 최후변론 전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심 최후진술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고법 판사님

올 한 해 동안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호인과 피고인들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시고 양측의 주장을 사려 깊게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셨던 검사님들과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애써 주신 법원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최후 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판결을 선고받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습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의 여러 기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습니다.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 입니다.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재판부께서 보시기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고법 판사님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하십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어려움도 삼성은 이겨낼 것이라고 격려해 주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치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습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기회를 주시고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용 회장 삼성물산 합병 1심 최후진술 전문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기 계신 검사님들과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셨던 모든 검사님께도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차 변호관님, 실무관님, 기사님, 저 때문에 오랜 기간 고생하신 법원 경비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삼성가족 주주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40대 중반이던 2014년 아버님께서 병원으로 쓰러지신 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수감생활도 겪었습니다. 어느덧 저도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고, 1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까지 106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과 로직스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과 목소리들을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어쩌다 일이 어떻게 엉클어져버렸을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매사에 임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판사님 저에게 많은 불찰과 부족함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모자란 부분의 보완, 지배 구조 투명화 등을 통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 되어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부경영자, 저의 주요 주주님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판장님과 두분 부장판사님 앞에서 검사님들이 주장하시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판사님.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인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에 몸담아왔던 수많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목소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주주님들과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분 회장님들이 경영하실 때와 지금의 경영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강, 초인류 기업과 경제를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 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습니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분들께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드릴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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