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26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김 여사 특검법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 역시 특검법 추진을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며 거부권 행사를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다만 대통령실과 민주당 모두 '적절한 시점' 찾기에 대한 고심이 엿보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점이 고민의 배경으로 보인다. 야당은 여권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때'에 재의결에 나서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총리 주재로 열린 제50회 국무회의에서 "위헌성이 다분해 두 차례나 국회에서 폐기된 특검법안을 야당이 또다시 강행처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심의해 의결했다.
한 총리는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대법원장이 행사하는 방식으로 수정됐으나, 야당이 무제한으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제3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는 야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기존에 폐기된 특검법안보다 수사 대상을 일부 축소했다고는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도입함으로써 특검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을 훼손한다는 본질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헌법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올해 2월과 10월, 이달 14일 모두 세 번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법안은 수사 범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씨 관련 의혹 등 두 가지로 축소한 데다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3자인 대법원장에게 부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특검법과 다르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는 대법원장이 추천한 4명의 후보에 대해 모두 부적격 판단을 내릴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달 7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정치적 선동, 인권유린 등을 언급하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재의요구를 받아들이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만 세 번째 거부권이 된다. 취임 이후 국회로 되돌려보낸 법안은 총 25번째로 늘어난다.
특히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최근 나온 전국지표조사(NBS)의 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찬성은 64%, 반대는 26%였다. 거부권 행사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건 이에 대한 부담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간 법안은 재표결 절차를 밟는다. 재표결은 재적의원 전원이 참석할 경우 전체 300명 중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108석 중 8표 이상이 이탈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여당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내부 분열하고 있는 만큼 여권의 이탈표를 더 모을 수 있는 타이밍에 재의결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당초 28일로 예정된 재의결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여권의 상황과 관계 없이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이투데이/김동효 기자 (sorahos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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