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약자지원법 입법발의 국민보고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고개돌려 자리에 앉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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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친윤석열(친윤)계의 집요한 요구에도 가족 명의 당원 게시판 글을 가족이 직접 작성했는지에 대해 침묵하면서 내부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26일까지 열흘 이상 이어진 당원 게시판 관련 공방은 국민의힘에 상처를 입혔다. 계파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여권의 쇄신과 정책을 주도할 공간이 사라졌다. ‘내로남불’ ‘불통’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한 대표의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당원 게시판 공방은 지난 5일 한 대표와 그 가족 명의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 글이 수백개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지난 13일 추경호 원내대표 등 친윤계 인사들이 당무감사를 요구하며 논란이 커졌다.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었지만 친윤계는 이때부터 당 중진부터 대통령실 출신 의원들까지 한 대표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급기야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선 한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이 이 문제에 대한 당의 고발 방침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초지일관 당무감사도 가족 명의 글에 대한 해명도 거부했다. 빨리 해명하고 털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지만 한 대표의 뜻은 꺾이지 않았다. 결국 한 대표 가족 명의 글의 실체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공방을 거치며 큰 상처를 입었다. 먼저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 후 봉합된 것으로 보였던 ‘윤한갈등’이 터지면서 계파 간 전면전으로 확산됐다. 이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전날 총선백서, 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읽씹’ 논란을 언급하며 “이슈를 어떻게든 키워서 당대표를 공격하고 흔들려는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친윤계가 자신을 당대표에서 끌어내리려 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에게 “없는 분란을 불필요하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했다. 친윤계가 한 대표에게 화력을 집중한 배경엔 윤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당내에 팽배하다.
사석에서도 친한동훈(친한)계는 “친윤계가 자기들 권력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하고, 친윤계는 “한 대표가 대통령과 잠시 갈등을 멈추나 했더니 본색을 드러냈다”고 말하는 등 적개심을 드러낸 표현들을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여당이 던졌던 특별감찰관이나 김 여사 라인 인적 청산 등 쇄신책들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당권을 쥔 친한계와 원내 다수를 점한 친윤계 사이에 거리감이 생기면서 정기국회에서 다수 야당에 대응해 여당의 의제를 던지기도 어려워졌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 나와 “국민의힘이 이런 배부른 짓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운영이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절박함을 갖고 집권당이 먹고 사는 문제에 대응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윤석열 대통령 영상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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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의 리더십에도 큰 생채기가 났다. 당내 친윤계는 물론 중립지대 의원들도 한 대표가 직접 해명하고 빠르게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한 대표가 끝내 설명을 거부하고 당내 갈등을 키웠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변화를 일부 이끌어내면서 이달 초까지 원내에 번지던 친한계 확장 기류도 사그라들었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중립지대 의원 중 한 대표가 해명을 못 하는 게 이상하다며 나처럼 반감이 커진 의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측근들의 조언에도 고집을 꺾지 않는 불통 리더십이 윤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층 사이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공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커진 점도 한 대표에겐 뼈아프다. 한 재선 의원은 “지난 총선 패배 후 대통령을 바꿀 사람은 한 대표뿐이라는 인식에 전당대회 지지가 몰렸는데, 한 대표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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