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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헤어지자 했더니 “같이 죽자” 스토킹 가해자 65%가 前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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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스토킹 피해자 A씨가 금융서비스 앱의 '송금 메모'란을 통해 받은 협박 메시지 캡쳐 화면 /서울시


    ‘안 만나주면 죽을 거야. 너네 집 앞에서 기다릴게.’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휴대전화 알람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작년 9월 헤어진 전 남자친구로부터 매일 1000개가 넘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기 때문. 전화도 하루에 50통씩 걸려왔다.

    A씨는 그와 사귀던 중에도 수시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참다 못해 헤어지자고 통보한 뒤부터는 ‘스토킹’이 시작됐다. 휴대전화 수신을 차단하자 그는 ‘심부름센터’를 통해 ‘불법 촬영물이 있다. 유포하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다.

    26일 서울시가 작년 9월부터 올 10월까지 지원한 A씨 등 스토킹 피해자 387명을 분석해보니, 스토킹 가해자의 65.1%가 전 남자친구·여자친구였다.

    미용실 손님이나 식당 주인 등 서비스업 이용객·종사자(5.4%), 직장 동료(4.9%)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는 여성이 9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피해자의 연령대는 20대(31%), 30대(27%), 40대(18%) 순으로 많았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카카오톡 메시지나 전화 등을 이용한 스토킹이 34%로 가장 많았다. 집이나 직장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경우(30%),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경우(24%)도 많았다.

    40대 남성 B씨는 헤어진 여자친구로부터 지속적으로 사진 파일이 첨부된 메시지를 받았다. 사진 속에는 B씨가 출근하는 모습뿐 아니라 B씨가 혼자 사는 방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익명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고 전 여자친구의 신체 사진과 이름, 생일, 직장, 연락처를 올린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의 71.8%는 스토킹뿐 아니라 폭행이나 협박 등의 피해도 함께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30대 여성 C씨는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을 피해 자취방에서 부모 집으로 이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이후 C씨가 일하는 회사로 찾아왔다. 흉기를 들고 회사 주변에 숨어 있다가 C씨가 나타나자 “같이 죽어버리자”며 목을 졸랐다. 주변 행인들이 그를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C씨의 전 남자친구는 최근 법원에서 살인 미수,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시는 작년 9월부터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체계‘를 만들어 피해 시민들에게 전문 심리상담, 법률 서비스, 이사비, 민간 경호, 긴급 주거시설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이를 전담하는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0월까지 439명에게 총 3666건의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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