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로마 성 요한 라테란 대성당에서 교구 공동체와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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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단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목사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부 등이 참여하는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순례단’(이하 순례단)은 2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특별 면담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서신’을 전달한다.
순례단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무 임의진 목사는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로마 교황청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창립 100돌과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의 창립 10돌을 축하하기 위해 순례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는 2014년 로마 교황청과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그리스도교 일치와 연대를 위해 나라별로 조직했고, 한국에도 지부가 설립됐다.
순례단은 로마 교황청 유흥식 성직자부 장관을 통해 면담을 신청해 교황청 초청을 받았다.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주관하는 이번 순례단 단장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와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가 맡고 있다. 순례단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가입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박상규 목사(광주 성광교회)도 동행하고 있다.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군 어머니 김길자씨가 2024년 10월14일 광주 북구 자택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며 문군의 영정을 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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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은 27일 오전 11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특별 면담한 자리에서 ‘평화의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다. 순례단은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우리는 지금의 북·중·러-한·미·일 사이의 긴장 고조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지 않고,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정착되기를 간구하고 있다. 교황님께서 적절한 때에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관계의 평화적 중재를 해주길 요청드린다”라고 밝힐 예정이다. 또 “교황님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임 목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해 경색 중인 남북 긴장을 해소해 주길 바라는 한국의 개신교와 천주교의 청원을 전달할 것”이라며 “교황님이 이 청원에 응답한다면 한반도에 생존과 번영의 새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규 목사. 한겨레 자료 사진 |
순례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소설책엔 ‘소년이 온다’의 실제 인물인 고 문재학(당시 16)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의 서명이 들어 있다. 문 열사는 1980년 5·18항쟁 때 시민군의 거점인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싸우다가 산화했다.
순례단은 지난 24일 한국을 출발해 다음달 4일까지 순례를 이어간다. 이들은 로마 교황청 순례 이후 세계교회협의회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정교회 세계본부가 있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바르톨로메오스 1세)를 면담한 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다. 임 목사는 “최근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위험천만한 시국에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바티칸과 제네바, 이스탄불 등지를 경유하는 길을 떠났다”고 말했다.
임의진 목사. 한겨레 자료 사진 |
순례단에 참여한 박상규 목사와 임의진 목사는 최근 기독교장로회 총회장과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무로 선출돼 회무를 시작했다. 5·18항쟁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박 목사는 도시빈민 운동 목회를 했으며,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전남 강진 남녘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했던 임 목사는 작가이며, 현재 광주 대안문화공간 ‘이매진 순례자학교 & 메이홀’ 관장을 맡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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