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커지는데 검찰 수사 혼선
검찰은 모든 의혹의 실마리를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명씨의 ‘황금폰’을 사건 초기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명씨와 강씨의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가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그래픽=김성규 |
◇여론조사비 대납?... 오세훈 “돈 줬는지 몰랐다”
검찰은 2021년 2~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당시 후보의 후원자인 김모씨가 명씨 측에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을 보낸 정황을 확보하고, 돈의 성격을 조사 중이다. 명씨가 실질적인 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오 시장을 위해 이 기간 총 13차례에 걸쳐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강혜경씨는 지난 25일 검찰에 출두하며 “(여론조사 결과가) 오세훈 측에 정확하게 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2021년 1월쯤 명씨가 찾아와 두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견해 차이로 다툰 뒤로는 본 적도, 관심을 가진 적도 없다”면서 “(김씨가 3300만원을 준 것은) 본인은 저를 도우려고 그랬다고 생각하겠지만 잘못된 판단이다”라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적도 없고, 김씨가 조사 비용을 대신 내 준 것도 몰랐다는 취지다.
◇당원 번호 받아 여론조사?... 조은희 “허무맹랑”
검찰은 2022년 3월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때 명씨가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강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당시 국민의힘 서울 서초갑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조은희 후보에게서 당원 안심 번호를 받아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비용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조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지난 2022년 2월 명씨가 전화해 ARS 조사를 돌려 추세를 알아보는 것이 어떠냐 제안했지만 ‘내일모레 경선인데 지금 추세를 알아보는 것이 무슨 의미냐’며 거절했다”고 했다.
명씨가 지인 자녀의 대통령실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강혜경씨는 2021년 7월쯤 경북의 한 언론사 대표 김모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강연비 3000만원 등 총 2억원을 건넸는데, 이 중 1억원이 김 대표 지인인 A씨 아들 채용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A씨 아들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를 거쳐 올해 중순부터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부자를 조사 중이다.
◇법조계 “명씨 입에 휘둘리면 수사 산으로 가”
명씨를 둘러싼 의혹들은 모두 명씨와 강씨의 통화 등 녹음이 발단이 됐다. “만약 결선투표 가면 조은희하고 이혜훈, 그렇게 했을 때 누굴 지지하느냐고 문항을 하나 더 집어넣어라” “(오 시장 측이) 우리에게 돈 몇 푼 주고 ‘저거 보내라’고 사람을 보냈다” 등 과거 명씨가 했던 발언이 강씨나 언론을 통해 하나둘 공개되면서 검찰이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다 보니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가 명씨와 강씨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의혹들이 있었던 시기가 포함된 2019년 9월부터 작년 11월 사이 명씨가 썼던 휴대전화(황금폰)를 검찰이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사는 처음부터 꼬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검사만 11명을 투입했지만 지금까지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 거래 혐의로 구속시킨 것밖에 못 한 셈이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 15일 구속된 이후 네 차례 조사하며 휴대폰 행방을 묻고 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명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만 가려서 하고 있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여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수사팀이 이를 다 살펴보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려다 보면 수사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팀은 명씨의 구속 기간이 끝나기 전에 공천 대가 등 확실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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