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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경기 불황에 명품 아니면 초저가…양극화 치닫는 뷰티·의류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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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기초·색조 화장품 판매량 240%·130% 증가

루이비통 가방 매출 감소, 화장품·향수 매출 3% 늘어

키즈 명품 패딩, 저렴·성인 착용 가능해 판매 30%↑

불황·고물가에 소비 양극화 심화, 현상 지속 전망

아시아투데이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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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진숙 기자 = 내수기업의 매출액 감소 등 경기 불황에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한 고물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화장품 및 패션 시장에서 양극화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26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지난 1~10월 다이소의 기초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0%,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다. 다이소의 화장품 매출이 크게 상승하게 된 것은 경기 불황으로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데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 모(28) 씨는 "SNS에서도 더 이상 명품 자랑이 아닌 가성비 상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인기가 많다"며 "워낙 고물가라 1000원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화장품 제품력은 대부분 비슷하다 보니 얼마나 더 싸게 샀는지가 자랑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소의 3000원짜리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은 6만원대 명품 화장품인 '샤넬 립앤치크밤'과 비슷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한때 품절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저가 화장품 수요 증가로 아성다이소의 매출도 2022년 2조9458억원에서 지난해 3조46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상승했다.

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국내 대표 화장품 대기업도 다이소에 5000원 이하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도 고물가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화장품을 쓰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불법임에도 화장품 샘플을 판매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다 소비자들이 알리·테무 등 중국산 제품들의 저가 공습에 익숙해지다 보니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따지는 다이소 열풍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특히 최근 화장품 트렌드를 이끄는 10대들은 한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는 소문이 나면 크게 구매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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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제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몽클레르 키즈 패딩./몽클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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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고급 화장품 시장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화장품 '프라다뷰티'는 지난 8월 한국에 정식 매장을 냈다. 스킨 라인 세럼은 55만원, 크림은 54만원으로 기존 백화점 고가 브랜드보다 훨씬 비싸지만, 매장 개장 전 진행한 팝업에는 하루 1200명이 몰리기도 했다.

키즈 명품 패딩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는데, 패션업계에 따르면 몽클레르와 버버리 키즈 등 아동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몽클레르 키즈 14Y(14세용) 상품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대비 30% 오르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키즈 제품 중 가장 큰 사이즈는 14Y인데, 명품 키즈 제품은 성인 제품과 디자인이나 컬러 등의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가 체구가 작은 성인 여성이 입을 수 있는 사이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동 수요뿐 아니라 이 제품을 착용할 수 있는 성인 여성 수요가 몰렸기 때문에 판매량이 급증한 거로 보고 있다.

내수 기업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그래도 명품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들 덕분에 화장품과 향수 등 명품 뷰티 부문은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루이비통, 디올 등을 담당하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따르면 올 3분기 자사 와인·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패션·잡화와 시계·보석도 각각 5%, 4% 감소했지만, 화장품·향수 등 뷰티 부문 매출은 1~3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분기 7%, 2분기 4%, 3분기 3%의 성장률을 보였다.

구찌, 생로랑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도 올 3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지만, 뷰티 법인 케링보테가 있는 '아이웨어 앤드 코퍼릿 디비전' 부문 매출은 32% 증가했다.

전체 명품 소비는 감소 추세지만, 명품 화장품과 향수가 '작은 사치재'로 주목받다 보니 e커머스 등 주요 유통사들도 명품 브랜드의 뷰티 상품을 매출 증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생활용품, 식료품 등이 주된 판매 상품인 쿠팡은 최근 에스티로더, 르네휘테르 등 고급 화장품 전용 로켓배송 서비스인 '알럭스'(RLUX)를 선보이며 명품 뷰티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경기로 인한 가성비 제품의 인기로 서민층이나 10대 청소년은 아주 저렴한 화장품에 쏠리고, 명품 제품을 소비하던 계층은 계속 고가 상품을 찾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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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루이비통 매장./루이비통모에헤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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