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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공동선언문은 “우리는 조세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하면서 초고액자산가들(ultra-high-net-worth individuals)에 대해 효과적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며 “이러한 협력에는 모범사례 교환, 탈세 방지 메커니즘 개발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초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는 일명 ‘글로벌 부유세’로 불린다. 기초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차원에서 글로벌 부유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의 불평등, 조세 정책 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가브리엘 쥐크만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교수는 지난 6월 올해 주요 20개국 의장국인 브라질 정부의 의뢰로 ‘초고액자산가에 대한 조정된 최저한세 부과 기준을 위한 청사진’을 작성해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초고액자산가는 3000명 정도다. 이들의 자산은 1987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7.1%라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들은 1987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2024년에는 13%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은 다양한 세금 회피 방안을 통해 오히려 일반 국민들보다 더 낮은 세율의 소득세나 재산세를 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보고서는 이들의 자산에 대해 연간 2%의 최저한세(최소한의 세금)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이 경우 연간 2000억~2500억달러의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쥐크만 교수는 “이 재원으로 교육, 보건, 공공 인프라,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 완화 등에 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유세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과세 방식, 자산가치 평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더구나 초고액자산가가 가장 많은 나라인 미국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또 하나의 이상론에 그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누진세(고소득층일수록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제도)도 20세기 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교 교수는 “장기적으로 누진세의 탄생은 무엇보다 사회적·정치적 집단행동과 긴 투쟁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평등의 짧은 역사’) 글로벌 부유세 역시 전세계 시민들의 정치적 의지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안선희 논설위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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