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대 중반부터 전례 없는 취업난…20대 실업률 10% 육박
2016년 정년연장 도입, 50·60대 일자리가 청년 고용 잠식해
30대 신입사원이 평균, 결혼·출산 밀리는 ‘지각사회’ 시작됐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청년이 넘어야 하는 취업 문턱은 전례없이 높아졌다. 2010년대 초반까진 7%대를 유지했던 청년실업률은 2014년부터 급속도로 올라가 2016년과 2017년엔 10%를 위협했다.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이 올라간 원인으론 정년연장이 꼽혔다. 임금구조 개편이나 고용환경 개혁 없는 정년연장이 도입되면서 노인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지각사회’의 굴레에 갇혔다. 30대 신입사원이 평범한 일이 됐고, 결혼과 출산은 자연히 뒤로 밀렸다.
금융위기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최악의 청년 실업
통계청 연령별 실업률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2012년 7.5%에서 2014년 9.0%로 높아졌다. 2000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청년 실업률이 9%대를 기록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후에도 청년 실업률은 멈추지 않고 높아져 2016년과 2017년엔 9.8%를 나타내며 10%에 육박했다.
20대로 한정해서 보면 상황이 더 심각했다. 2017년 20대 실업률은 9.9%였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9%대 실업률을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이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치솟진 않았다. 2008년 청년 실업률은 7.1%였고,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에도 8.0%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엔 이보다도 2%포인트 가량 더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했다.
청년층 실업 문제는 2020년대에 이르러서야 해결됐다. 2020년 9.0%던 청년층 실업률은 2021년(7.8%)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지난해엔 역대 최저치인 5.9%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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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잠식한 청년 일자리
2010년대 중반 취업시장은 유독 청년에게 가혹했다. 전체 실업률은 2010년(3.7%)과 2016년(3.7%)이 같았다. 50대와 60세 이상 등 다른 연령계층의 고용 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단 것이다. 50대 실업률은 청년 실업률이 정점에 이르렀던 2017년 2.2%에 불과했다. 60세 이상은 2.9%였다. 2%대의 비교적 안정적인 실업률 수준이 2010년대 중반 내내 이어졌다.
원인으론 정년연장이 꼽힌다. 2016년부터 근로자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연장됐다. 통상 58세였던 정년이 연장되면서 1950년대생의 은퇴 시기가 늦춰졌다. 베이비부머가 예상보다 느리게 퇴장하면서 청년 일자리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학계에선 매년 1만개가 넘는 청년 일자리가 정년연장에 의해 잠식됐다고 보고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 교수가 ‘노동경제논집’에 발표한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따르면 2016년 정년 연장이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중 55.9%가 직접적인 고용 영향을 받았다. 특히 55~59세 임금 근로자 비중은 평균 1.6%포인트 증가했다.
김대일 교수는 “정년 연장에 따른 상용 근로자의 이런 증가는 매년 1만~1만2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며 “최근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세대의 남성인구가 30만여 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청년층 남성 신규 진입 세대의 일자리를 최대 3%까지 잠식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30대 신입사원이 평균…결혼·출산 밀리는 ‘지각사회’ 시작됐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신입사원 평균 연령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취업 재수, 삼수가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실제로 입사 평균 연령이 30대로 올라선 것도 2010년대 중반의 일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1998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25.1세, 2008년에는 27.3세였다. 그러다 2016년 30세를 처음으로 돌파하더니 2018년 30.9세, 2020년엔 31세를 기록했다. 특히 2016년은 신입사원 평균연령이 매우 높았던 해다. 2016년 신입사원 평균연령은 31.2세로 나타났다.
사회로 딛는 첫 발이 늦어지면서 결혼도 자연스럽게 밀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지각사회’의 굴레에 갇힌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4세, 여성 31.5세로 2015년 대비 각각 1.5세, 1.4세씩 상승했다.
출산 시점도 당연히 늦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첫 아이 출생 당시 산모 평균 나이는 29.09세였지만, 2022년에는 32.84세로 늘어났다. 지난해 여성과 남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각각 33.6세, 36.1세로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2013년 남녀 평균 출산 연령과 비교하면 여성은 1.8세, 남성은 1.6세 높아졌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도 2013년 20.2%에서 2018년 31.8%, 지난해 36.3%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30대 초반 출산율은 전년보다 9.3% 감소했고, 20대 후반 출산율은 11.0%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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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년연장? 호봉제 개혁 없으면 청년만 고통
최근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 부족 대책으로 다시 떠오르는 정년연장도 이에 임금구조 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봉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청년층 고용 감소 등 역효과만 재연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지난 7월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높은 연공성이 유지되고 있어 기업들이 중장년 대상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등을 시행할 유인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강제 연장하면 인력난 해소보다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 정년 60세 연장 이후에도 대기업 근로자만 근로 기간이 연장되는 혜택을 누렸고 고령층 여성과 청년층에선 고용 감소가 관측됐다”고 덧붙였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부원장도 “고용 유연성과 고령자 계속 고용을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 제도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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