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코인 거래소 현주소는
거인이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거인이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20조원.
국내 5대 디지털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11월 초 기준 일평균 거래 대금이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거래 대금을 합친 19조원보다 높은 규모다. 미국 대선 이후 코인 가격이 연일 폭등, 투자금이 코인 시장으로 몰린 결과다. 암호화폐 거래 대금이 집중되면서, 코인 거래소를 향한 투자자 관심이 뜨겁다. 실적 상승과 그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 덕분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우, 올해 9월 150달러에 머무르던 주가가 최근 324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코인 거래소를 주시하는 움직임도 만만찮다. 한국은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국가다. 다만, 시장 명성에 비해 거래소 규모는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비트와 빗썸은 현물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최상위권 거래소지만, 파생상품을 취급하지 않아 전체적인 경쟁력은 떨어진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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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인 거래소 현황은
업비트·빗썸 외엔 존재감 無
국내서 유의미한 수준의 거래가 이뤄지는 플랫폼은 총 5곳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다. 이들을 묶어 ‘5대 거래소’라 부른다. 중소 거래소도 있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거래 규모는 크지 않다.
5대 거래소에서도 차이가 난다. 업계 1위 업비트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를 2위인 빗썸이 뒤쫓는다.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분석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1월 20일 기준 업비트가 국내 암호화폐 24시간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8%에 달한다. 2위 사업자 빗썸(22.5%)보다 월등히 높다. 1·2위 사업자 거래 규모를 합치면 97%에 육박한다. 나머지 3곳 점유율은 3% 미만으로 사실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국내 시장의 97%를 차지하는 업비트와 빗썸은 최근 코인 호황에 힘입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업비트는 일반 주문 시 0.05%, 예약 주문 시 0.139%의 거래 수수료를 각각 부과한다. 빗썸은 업비트보다 0.01%포인트 낮은 0.04%의 거래 수수료를 걷는다. 코인 거래량이 늘수록 막대한 수수료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트럼프 랠리’ 효과가 반영된 4분기, 두 회사 모두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실적 호조뿐 아니라 자산 급증도 예상된다. 자체 보유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뛰면서 덩달아 무형자산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만4641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보유했다. 1비트코인을 약 1억2000만원으로 계산하면, 보유 자산만 1조7600억원에 이른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 9089개와 테더 926만4334개 등 알트코인도 다량 보유했다. 빗썸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비트코인 127개, 이더리움 5386개 등 자산을 갖고 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바이비트 등 외국 거래소는 다양한 결제 화폐 지원,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은다. (로이터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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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는 주춤
각종 규제에 막혀 성장 뚝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위상을 뽐내는 업비트와 빗썸도 세계 시장으로 나가면 존재감이 없다. 물론 현물 거래 규모만 따지면 세계 최상위권 거래소다. 그러나 파생상품까지 합치면 두 회사 거래량 순위는 급격히 낮아진다. 한때 거래량 세계 1위까지 기록했던 한국 코인 거래소의 경쟁력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가 꼽힌다. 결제 지원 화폐의 부족, 파생상품 미취급, 그리고 법인 투자 불가다.
첫째, 지원하는 화폐가 원화뿐이다. 국내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려면 무조건 한국 원화로만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내 투자자만 몰린다. 해외 투자자를 끌어올 요인이 없다. 반면 글로벌 대형 거래소 상당수는 거래 수단으로 다양한 화폐를 지원한다.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는 유로화, 파운드화 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2위 업체 바이비트는 달러, 유로, 파운드화를 거래 화폐로 지원한다. 코인마켓캡 현물 거래량 기준 세계 최상위 거래소 10곳 중 단일 화폐 거래만 지원하는 곳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둘째, 파생상품이 없다. 국내 거래소는 법적 규제 때문에 파생상품을 다루지 못한다. 레버리지 투자 등 파생상품은 일반 현물 거래보다 더 많은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일례로 바이낸스 현물 거래량은 하루 43조원이지만, 파생상품 거래량은 129조원에 달한다. 바이비트의 경우 현물 거래량이 9조원대인 데 반해, 파생상품 거래량은 54조원을 훌쩍 넘긴다.
국내 업체는 ‘언감생심’이다. 규제 때문에 가장 기초적인 ETF조차 만들지 못한다. 현물 시장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6배에 달하는 시장을 국내 거래소는 바라만 보는 처지다.
셋째, 법인 투자가 불가능하다. 시장 거래량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실탄을 보유한 기관 투자자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는 법인의 비트코인 직접 투자는 물론 현물 ETF 투자마저 막혀 있다. 외국은 다르다.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뒤 해외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 참여가 활발해졌다. 기관 투자자 유입에 힘입어 바이낸스, 바이비트, 코인베이스 등 해외 대형 거래소들은 국내 거래소와 격차를 크게 벌렸다.
경쟁력 하락이 지속되면서 국내 거래소를 향한 투심도 꺾인 상태다. 두나무와 빗썸코리아의 장외 주식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021년 11월 78만5000원을 기록했던 빗썸 주가는 2024년 11월 10만원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54만원이었던 두나무 장외 주식 가격은 12만7000원이 됐다.
성장동력 찾아 나선 K거래소
규제 피해 돌파구 마련 난항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국내 거래소는 기업공개(IPO), 금융사 인수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다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경우 IPO설과 증권사 인수설이 한동안 나돌았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IPO는 두나무가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이뤄진 사안은 없다.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해야 한다는 ‘금가분리 원칙’을 내세운 금융당국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빗썸은 현재 2025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상황은 순탄치 않다. 대주주 사법 리스크,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상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여러 개다. 상장이 미뤄지면, 실탄을 확보해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빗썸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6호 (2024.11.27~2024.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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