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60% 관세 공언에 "10% 더"…바이든표 반도체·AI 통제도 더 강해질듯
中 기술자립·자원무기화는 새변수…내부선 "韓·日·EU와 소통해야" 제언도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마약 유입·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이유로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기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온 것에 더해 추가 관세 부과 의지까지 표명한 것이다.
그는 관세 강화 및 제조업 기반 강화 공약을 적극 옹호해온 금융자산가 하워드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집권 1기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각각 지명하며 중국과의 일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그래픽] 트럼프 2기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발발하나 |
◇ 22개월 치고받은 트럼프 1기 무역전쟁…바이든 정부서도 고강도 마찰 계속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기 집권기 초반이던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 마주 앉았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적극적인 대북 압박을 요구하면서도 통상 부문 공세는 유보하는 전략을 취했다. 여기에서 미중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100일 계획'이 마련됐다.
그러나 100일간의 짧은 '허니문' 이후 같은 해 7월에 열린 미중 포괄적 경제 대화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고, 미국은 8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개시를 발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중국은 그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2천535억달러(약 353조원) 규모의 미중 무역협정(중국의 수입 확대)을 '선물 보따리'로 안겼으나 실현되기 어려운 약속이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3월 대중국 관세 부과 계획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관세 전쟁을 개시했고, 미국은 그해 7∼8월부터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총 1천97개 품목, 50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이듬해 9월 2천억달러(약 279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다시 부과했으며 2019년 5월에는 이 관세율을 25%로 높였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9월에는 1천120억달러(약 156조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의 첫 고율 관세 부과가 시작된 2018년 7월 340억달러(약 47조원), 8월 16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상응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측 수입이 훨씬 많았던 만큼 중국의 보복 규모는 미국 조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양국은 지난한 협상과 미국의 잇따른 추가 관세 발표·보류 등 마찰을 거쳐 '트럼프 1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 1월, 1단계 무역 협정에 서명했다. 관세 전쟁이 발발하고 22개월 만에 이뤄진 '휴전'이었다.
2021년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산 상품 전반을 겨냥한 관세 대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중국이 육성해온 첨단·전략 영역 중심으로 중국에 기술·무역 제재를 가했고, 미중 무역 전쟁은 양상이 바뀐 채 계속돼왔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 초점은 첨단 기술 영역과 화웨이·틱톡(TikTok) 등 대형 기술 기업에 맞춰졌고, 대형 내수 시장과 국가적 지원으로 성장시킨 전략 산업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해가던 중국은 미국이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며 맞섰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중국이 내세우는 '새로운 세 가지 상품'(新三樣)의 저가 과잉 생산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오르며 양국은 고강도 마찰을 이어갔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들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무역 분쟁 전선이 유럽 등 서방 진영 전반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더 강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이 또다시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고율 관세를 예고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 CEO |
◇ 주저앉히려는 美·추격하려는 中…분쟁 근원은 결국 '글로벌 패권 경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국제 무역 질서를 크게 훼손했고, 한국처럼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세계 각국의 우려를 낳았다.
그럼에도 이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것은 미국의 '무역 적자' 이슈를 넘어 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소속된 공화당과 현 집권당인 민주당은 국내 문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문제 등 글로벌 이슈까지 대부분 이견을 보이면서도 '중국 견제'에서만큼은 초당적 의견 일치를 보인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미국의 기술과 지식을 침해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미국 조야에선 나아가 중국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 질서의 근간을 이룬 미국식 자유주의 모델이 '중국식 통제 모델'로 대체될 수 있다는 보다 근본적인 우려도 제기돼왔다.
바이든식 기술 통제든 트럼프식 고율 관세든 결국 패권국 지위를 위협해오는 중국을 주저앉히기 위한 미국의 대응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1기에서 시작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어받았다는 점과 트럼프 2기가 고율 관세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AI 견제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유사한 맥락이다.
반면 '추격자'인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관세와 각종 제재가 국가 노선 자체를 겨냥한 것이므로 물러설 수 없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 등 중국 정부 차원의 첨단 기술 자립 및 산업 육성 정책을 불공정 행위로 간주하지만, 중국은 아랑곳없이 국가 자원을 전략 산업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을 한다며 비판해왔다.
출발하는 논리가 판이하니 궁극적인 '종전'은 애초부터 쉽지 않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주석 |
◇ 中, 기술의존도 낮추고 전략물자 무기화 가능성…韓·日·EU와 '연대' 시도할 수도
무역 전쟁 확전 가능성이 가시화하면서 가뜩이나 난관에 빠진 중국 경제가 한층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들어 중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1%, 2026년 성장률을 3.8%로 각각 낮춰 잡는 등 중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다만 중국이 트럼프 1기나 바이든 행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꾸준히 기술 자립도를 높인 상황은 새로운 변수 가운데 하나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최근 '미국 대선 분석 특별 리포트'에서 "반도체 부문은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었지만, 로봇 등 다른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자체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의 평가를 소개하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의 해외 기술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것은 향후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에 대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웨이 등의 약진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왕원타오 상무부장에게 "중국을 중요한 시장이자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본다"고 하고, 왕 부장이 "애플이 중국 파트너와 안정적 협력을 유지하고, 공동 발전을 이루는 것을 환영한다"고 한 것은 몇 년 사이 달라진 중국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지난해부터 갈륨·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을 수출 통제 대상에 넣으며 세계 여론을 살핀 중국은 조만간 대폭 확대된 전략 물자 리스트를 꺼내 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거래적 성향과 맞물려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새로운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으로 연결된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이 중국뿐만 아니라 이미 캐나다·멕시코 등 미국 주변국을 겨냥하고 있고,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이 '공동 전선'을 펴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쑨싱제 중국 중산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지난 26일 신경보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관세 몽둥이라는 공동의 위협 아래 중국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미국의 중요 무역 파트너 간에는 연계와 소통이 현저히 증가했다"며 "중국과 EU의 전기차 관세 협상에 이미 진전이 있는 등 서로 자유무역을 추진할 공간(가능성) 역시 커졌다"고 짚었다.
최근 중국이 '개발도상국 맹주'를 자처하면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시장을 다변화해왔다는 점,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점 등도 과거와는 달라진 조건이다.
중국 당국은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취임하지 않은 만큼 일단 '협상' 가능성에 방점을 찍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 선봉장을 맡을 왕서우원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한 국가가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 국가 자체에 존재하는 무역 적자 문제를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긍정적인 대화를 전개하고 협력 영역을 확장하며 이견을 관리해 양자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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