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현지시각) 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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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이스라엘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전쟁 범죄 관련 체포 영장을 받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면책 특권을 주장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2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국가는 국제법 상 국제형사재판소 비회원국에 부여된 면책과 관련해 자국 의무와 양립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강요받을 수 없다”며 “면책 특권은 네타냐후 총리와 다른 장관들에게도 적용되며, 국제형사재판소가 이들을 체포해 인도하도록 요청할 경우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국제형사재판소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을 때, 프랑스는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관련 조약인 로마 규정 비준국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전날 네타냐후 정부가 프랑스가 지지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협정에 합의한 직후에 나온 이 주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전쟁범죄 관련 영장 발부 때의 태도와는 대조적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휴전에는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국으로 나섰다. 전날 합의된 휴전안에는 양쪽이 60일간 휴전하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쪽에서, 헤즈볼라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에서 25㎞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에서 철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관리하는 위원회에 프랑스도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밀레나 스테리오 클리블랜드주립대(법학) 교수는 가디언에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불과 몇달 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입장과 비교할 때 일관성이 없다”며 “프랑스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중재자 위치에 서기 위해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입장을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프랑스 정부의 주장이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근거인 로마 규정 제98조(면제의 포기 및 인도 동의에 관한 협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규정 27조에는 “국내법 또는 국제법상으로 개인의 공적 지위에 따르는 면제나 특별한 절차규칙은 그 자에 대한 재판소의 관할권 행사를 방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지난 8월 푸틴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을 때 그를 체포하지 않은 것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요청에 불응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난달 몽골을 당사국 총회에 회부하겠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은 123개국으로 미국, 중국, 이스라엘, 러시아 등은 회원국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애초 가입국으로 서명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2016년 탈퇴했다.
국제앰네스티 프랑스지부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이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으로서 프랑스의 기본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이어 “푸틴이나 네타냐후와 같이 체포 요청을 받은 국가 원수를 포함해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 국제형사재판소 규정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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