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 막혀서 집을 보러 안 와요. 바로 옆 부동산은 오후 1시면 퇴근하던데요.”
최근 경기 고양시에서 만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후 거래가 거의 없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대출 규제 여파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집값은 주로 10억원 미만 아파트가 많다.
부동산은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환금성이 떨어지는 무거운 시장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시장에 거래까지 뜸해지면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든다. 실거주 유주택자의 경우는 그대로 살면 되니 그나마 낫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집을 사겠다고 선뜻 나설 ‘간 큰’ 서민 무주택자는 거의 없을 것이란 점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매매 경험이 많지 않은 무주택자가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매매를 기피하자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와 전세 가격 격차(전세가율)는 7개월 연속 줄고 있다.
반면 10억원 이상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특히 준신축 이상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트렌드를 타고 현재까지도 신고가 수준의 거래를 찍어내고 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보다 1억원 올랐다. 역시나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나 ‘래미안 원베일리’ 등 수십억원이 넘어가는 초고가 아파트는 애초에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대출 규제와 큰 관련이 없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서민 대출’의 최전선에 있는 디딤돌 대출까지 옥죄고 있다. 디딤돌 대출을 받지 못해 다른 대출을 받게 될 경우 금리는 4%에 육박한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6000만원인 서민의 피해가 가장 크다.
대출 규제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이미 학계에서 정권 초반부터 지적한 DSR 40% 규제는 여전히 철옹성처럼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막고 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대출이 막힌 서민들은 2금융권을 넘어 불법 사채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우려해 서민 대출을 조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실거주 목적이 확실한 대출은 DSR을 풀어주는 안을 생각해 볼 때다. 금융 당국은 DSR 규제를 차등 적용하도록 풀어주고, 은행이 여신 심사를 좀 더 엄격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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