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 건물에 게양된 사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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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까지 계열사 지원 담보로 제공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재계 6위’ 롯데가 28일 최고경영자(CEO)의 36%를 물갈이하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백화점 점포 매각 추진 등 어수선한 구조조정 와중에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는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시키며 챙겼다.
롯데그룹은 핵심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 부문이 모두 부진한 ‘퍼펙트 스톰’에 빠져있다. 과거 매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던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올해 3분기까지 660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백화점·슈퍼·마트가 포함된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3259억원)은 지난해 대비 6.5%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은 오히려 3.8% 줄었다. 2020년 야심 차게 출범한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소비자들의 외면에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가 5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롯데그룹은 2021년부터 일진머티리얼즈(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2조 7000억원)과 한국미니스톱(3134억원), 한샘(2995억원), 중고나라(300억원) 등을 인수하는데 막대한 자금을 들였지만 모두 적자상태다. 유튜브를 통해 나온 유동성 위기 풍문에도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는 등 체력이 허약해진 것이다.
이렇듯 겹겹이 쌓인 악재가 롯데케미칼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사태로 확인되자, 롯데는 27일 롯데물산이 소유한 롯데월드타워까지 롯데케미칼에 담보로 지원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총동원령’에 나섰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유동화 계획을 차례로 꺼내 들고 있다. 롯데쇼핑은 28일 열린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7조6000억원 규모의 보유 토지 자산에 대한 재평가에 나설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평가가 이뤄지면 15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반영되어 자산 가치가 대폭 늘어나, 재무 여건이 개선될 것을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을 비롯해 실적이 부진한 점포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과 호텔롯데도 부실 사업장 정리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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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대표 21명을 교체한 28일 정기 임원인사도 ‘쇄신 의지’를 알리는데 방점이 찍혔다.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가 된 롯데 화학군은 13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10명이 교체됐다. 롯데케미칼 이훈기 대표는 지난 3월 취임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호텔롯데 역시 3개 사업부(롯데호텔·롯데면세점·롯데월드)의 대표이사가 전부 물러나게 됐다.
하지만 이런 매서운 ‘칼바람’이 부회장단 등 그룹 최상위 임원과 총수일가 3세인 신유열 전무에게는 가닿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 롯데 유통군 총괄 대표 김상현 부회장 등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신 부사장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사업 및 신기술 기회 발굴과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올해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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