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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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강행 처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는데 같은 법을 또 밀어붙인 것이다. 정부·여당은 “우리 농업과 국민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한 악법”이라며 반대했으나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깔아뭉갰다.
이 법이 시행되면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전량 매입해야 한다. 지금도 쌀이 남아돌아 매년 10여 만t을 사료·주정용으로 처분하고 있다. 창고에 쌓아둔 쌀 재고가 120만t이 넘고, 지난해 쌀 가격 유지에 쓴 세금만 1조7700억원이다. 양곡법은 쌀을 더 쌓아놓고 여기에 세금도 1조원 이상 더 퍼부으라는 것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90년 120㎏에서 2023년 56㎏으로 30년 새 반 토막이 났다. 빵·면류·육류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쌀 경작 면적도 점차 줄여가는 것이 상식이다. 양곡법은 이런 흐름에 역행한다. 작물 다양화 등 농업 선진화에도 재를 뿌릴 수 있다. 농림부 장관이 ‘농망(농업 망치는)법’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은 해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겁박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양곡법 개정과 관련, “식량 주권이 걸린 안보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 어디에도 식량 수출입이 봉쇄된 곳은 없다. ‘주권’이 걸릴 정도의 문제라면 문재인 정부에서 이 법을 처리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시 쌀의 공급 과잉과 정부 의존도가 커지는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민주당은 그때도 국회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 법은 추진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 식량 상황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양곡법을 두 번이나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양곡법에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노란봉투법’도 두 번 통과시켜 모두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수밖에 없는 법을 계속 밀어붙여 ‘거부권 남발’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안기려는 계산일 것이다. 특히 양곡법과 노란봉투법 등은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안 된다’고 하다가 정권을 내주자 ‘해야 한다’고 돌아선 법들이다. 정략적 계산이 우선이고 국가 미래나 국정은 뒷전이다. 수권 정당의 자격이 있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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