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어릴 때부터 죽음 맞을 때까지
삶의 다양한 측면 담으려 선곡”
다음 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디어 마이셀프(Dear Myself): 자화상’을 여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삶의 다양한 단계를 조명하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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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내년에 50세가 된다. “늘 만년 청춘의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인데…”라고 했더니 그는 “저를 잘 모르시나 봐요”라며 웃었다.
“교회 오빠라면 뭔가 바른 이미지잖아요. 저는 루틴대로 착실하게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자라면서 일탈도 많이 해봤고요. 하하하.”
그가 12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디어 마이셀프(Dear Myself): 자화상’을 연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겠다는 느낌의 제목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부터 격렬한 청춘, 사랑과 열정, 삶과 죽음까지 삶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어요. 관객들에게도 거울을 보듯이 자신의 내면을 비춰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전반 두 곡은 베토벤 작품을 골랐다. 첫 곡은 파이시엘로의 오페라 선율에서 주제를 딴 ‘무정한 마음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어린 시절 첫 콩쿠르에서 연주한 작품이죠. 이 곡을 마주하면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두 번째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폭풍)’를 연주한다. “청춘은 종종 폭풍에 비유되죠. 저 역시 청춘의 소용돌이 속에 느꼈던 갈등과 꿈, 사랑과 좌절을 이 곡에서 떠올립니다.”
후반부 두 곡은 리스트의 작품으로 골랐다. 먼저 초절기교 연습곡 11번 ‘저녁의 선율’로 시작한다. “저녁이라는 시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반추하도록 하는 곡이죠. 제게도 이 곡은 젊음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깊은 사색을 상징합니다.”
무대는 리스트의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인 소나타 B단조로 이어진다. “이 곡은 선과 악의 끊임없는 전쟁을 그렸어요. 리스트의 철학적, 영적 탐구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작품이죠. 마침내 선이 승리해 영혼이 구원받고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을 신비로운 상행 화음으로 그려냅니다. 곡을 마무리하는 깊은 베이스 B음은 악의 세력이 고개를 떨구는 듯이 절묘하게 표현됩니다. 더할 나위 없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엔딩이죠.”
김정원은 15세의 나이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수석 입학해 ‘만장일치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고등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바르샤바 쇼팽 페스티벌,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에서 솔리스트로 연주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들려준 연주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감동적인 연주였다’고 감동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FM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팬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극작가 이금림이다. 2002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원이가 연습이 잘 안될 때는 말없이 피아노 아래 쭈그리고 앉아 있어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모친의 근황을 묻자 김정원은 “머잖아 80대가 되시지만 드라마 집필만 쉬고 계실 뿐 건강하시다. 생활하시는 데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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