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관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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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주성분을 속인 채 인보사 개발업체를 코스닥에 상장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기소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최경서)는 29일 약사법·자본시장법(부정거래·시세조종)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2액 세포 성분 착오에 관한 코오롱생명과학과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은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30일 이후”라며 이 회장 등 코오롱 직원들이 인보사의 주성분을 고의로 은폐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인보사 2액의 성분이 국내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였음에도 이를 숨기고 제조·판매(약사법 위반)해 환자들로부터 16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신장유래세포는 투약하면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또한 이 회장이 코오롱티슈진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보사 임상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을 이용해, 긍정적인 소식만 드러내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은 코오롱 쪽 담당자들이 (인보사 2액의 성분이) 신장유래세포라는 걸 품목허가신청이나 티슈진 상장 이전에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단지 품목허가 시험검사 서류상에 기재된 성분과 실제 제조·판매된 성분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품목허가 받지 않은 거라 평가하고 범죄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등이 고의로 의약품 성분을 속여 제조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환자들에게 성분을 속여 판매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인보사는) 전문의약품으로 환자가 아니라 의사처방으로 있어야 하는 의약품”이라며 “(인보사의) 광고물 기재 내용이 의사들을 오해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기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한 “이 혐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연관된 부분인데 재판부가 안전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한 설명을 받아들여 성분변경 없이 인보사의 임상중단 명령을 해제했고, 이후 최근 2024년 7월께 환자에게 투약이 마쳐진 사실도 확인돼 그 부분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인보사에 대한 긍정적 정보만 공시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회공시에 의해서 한 것이지, (성분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적극적인 주가부양 의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를 마무리하며 “(인보사 사태에 대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조치는 사뭇 다르다. 미국은 원인이 뭔지, 사람에 미치는 영향, 안전성을 과학적 관점에서 차분히 검토했고 그 결과 임상시험을 승인했으며 (환자를) 1000명 넘게 모집했다. 반면 한국에선 (인보사 사태에 대한) 처분의 강도를 다투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고, 주요 임직원의 형사소추가 이뤄져 수년간 형사재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이어 “안전성 문제는 한국에선 아직 논란이지만, 더 엄격하다고 알려진 미국 에프디에이에선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했다“며 “이 사건의 최종적 판단이 1심 법원 판단의 판단과 동일하다면 수년간 이어져온 이 사건 소송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과학적 분야의 사법적 통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국내 판매를 허가받는 과정에서 “해당 제품이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유전자 치료제이며 주성분은 동종유래연골세포”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성분이 태아신장유래세포인 것이 드러나면서 2019년 3월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성분이 바뀐 경위에 대한 조사와 자체 시험 검사를 거쳐,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허위 작성·제출했다고 판단해 2019년 5월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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