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Regla 8 개정으로 美 무세 수출 막혀…정상관세 25% 적용 시작
트럼프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설상가상…"정부 긴급 지원 필요"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가전·자동차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멕시코 정부가 수입 철강에 적용하던 관세 면제 조치를 폐지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정책'까지 현실화 할 경우 멕시코 공장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가 지난 5월 수입 특혜관세 제도인 'Regla 8'을 개정하면서 수입 철강·알루미늄 등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사라졌다.
Regla 8은 멕시코 정부의 산업진흥프로그램인 'PROSEC'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멕시코 정부는 PROSEC를 통해 특정 산업에 투입되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해 0~5%의 저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소속 산업군 내 특혜관세 대상이 아닌 품목의 경우 Regla 8을 통해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그간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둔 국내 가전 및 차 업계는 Regla 8을 통해 한국산 및 중국산 철강 등 제품을 무관세로 들여와 완성품으로 제조한 뒤 미국 등에 수출했다.
삼성전자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지난 5월 미국의 압박에 따라 Regla 8에 따른 임시수입(특정기간 내에 국외로 반출될 원자재)을 중단하면서 수입 철강에 25%의 정상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Regla 8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서류를 갱신을 해야 하는데 최근들어 갱신 기간이 끝난 국내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가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한 것이다.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가전·차 기업은 제조원가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며, LG전자(066570)도 티후아나에 생산기지가 있다. 기아(000270)는 멕시코 공장에서 K4를 생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 공장에 철판을 납품하는 동국씨엠의 제품의 경우는 Regla 8 확정수입 갱신을 받아 관세 부과를 피해간 상황이다. 해당 철강 제품이 완성품으로 제조돼 멕시코 국내에서 소비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경우 Regla 8 임시수입이 중단되면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 전경(기아자동차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멕시코 생산 제품의 원가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이중고에 처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애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MSCA)을 활용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팔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 진출했는데 현지 공장 운영의 장점이 없어지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전 업계에서는 멕시코가 주요 공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원자재 관련 관세 정책 변화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미 관세부담이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산 제품 추가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용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현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 제재로 인해 Regla 8을 통한 민감 품목 확정수입 관세 특혜도 폐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한국산 및 중국산 철강 제품을 들여와 멕시코에서 완성품을 만든 뒤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그간의 사업 방식이 불가능해진다.
LG전자 멕시코 공장 전경. ⓒ News1 한재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엄기웅 멕시코 법무법인 문두스 대표 변호사는 뉴스1에 "Regla 8 개정으로 철판을 많이 쓰는 TV, 냉장고, 세탁기, 오븐,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생산기업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제조 원가에서 철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레스 공정을 위주로 하는 국내 기업은 사실상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 품목을 Regla 8을 통해 무관세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PROSEC상 HS 코드 확대가 필요하며 한국 정부의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산 원자재가 중국산과 같이 묶여서 제재대상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anantw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