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반군 HTS, 튀르키예 지원에 제2도시 장악
알레포 공항 폐쇄...항공편 중단, 주민 통금령 내려
러시아전, 이스라엘전 이어 시리아 내전 확산 우려
시리아 반군이 11월 30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의 마아렛 알-누만(Maaret al-Numan)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탱크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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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시리아 반군이 8년 만에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알레포를 기습 탈환하면서 2011년 이후 14년간 이어져 온 내전의 판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라는 두 개의 전쟁의 나비효과가 시리아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레포 장악한 반군, 주민들에 통금령 내려
30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시리아 반군 세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하야트 타흐리트 알샴(HTS)이 튀르키예 지원을 받는 반정부 소규모 무장조직이 합세해 지난달 27일 북서부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선 지 사흘 만이다.
알레포는 시리아 정권이 이란·러시아·헤즈볼라 등의 지원을 받아 반군세력을 몰아내는데 4년 이상 걸린 도시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반군이 2012년부터 점령했던 알레포를 되찾아올 때 이를 전쟁의 전환점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후 아사드 정권이 이란과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시리아 주요 지역을 통치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소강상태에 놓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리브에 거점을 두고 있던 HTS 등 반군이 알레포를 급습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사이 시리아 정보군, 보안군, 경찰은 모두 알레포를 철수했으며 반군은 정부깃발을 내리고 거리에서 불태웠다. 반군은 거의 모든 곳을 통제했지만 아직 장악력을 굳건히 하지 못했으며, 주민에게 11월 30일 오후 5시부터 24시간 통금령을 내린 상태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은 11월 29일 알레포 공항이 폐쇄됐고 모든 항공편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와 달리 이들은 잘 훈련돼 있으며, 온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부 모하마드 알 자울라니 HTS 군사사령관은 “알레포는 항상 문명과 문화가 만나는 장소였으며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며 수니파 이슬람 추종자에게 시아파 등 다른 소수 민족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칙령을 냈다. 그러나 이들리브 지역에서 보여준 인권 유린 혐의와 내부 갈등을 볼 때 이들이 보여주는 ‘관용’이 어느 정도 지속할지는 불분명하다.
반군 지원하는 튀르키예, 중동 장악력 확대 노려
시리아의 북부도시 알레포의 랜드마크인 시타델 주변으로 황폐화된 도시전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반군이 알레포를 점령한 후인 11월 30일 촬영됐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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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반군의 기습 배경에는 그간 시리아 정부군의 우군이었던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의 세력약화가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목이 잡혀 3년이 넘게 전쟁을 하고 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습에 지도부가 궤멸상태에 빠질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이란은 장기간 경제 제재 속에 ‘저항의 축’이 약화하며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튀르키예가 재빨리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시리아 국장을 지낸 앤드류 테이블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각적 변동”이라며 “지역 및 국제세력이 10여년 전 시리아에 개입했고 이제 우크라이나, 가자, 레바논의 갈등이 모두 알레포에서 합쳐지고 중첩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시리아 내전이 확전 기로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대패’를 맞은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알레포에 반격을 감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후퇴할지를 놓고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쳐 향방이 정해질 것이란 말이다. 알레포가 함락되며 아사드 정권의 우방이었던 러시아는 알레포와 이들리브 주요 반군이 점유한 지역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에 인적·물적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자국 전쟁에 허덕이는 러시아가 어느 정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바삼 삽바그 시리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리아 정부, 국가, 군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셈법 복잡해진 미국과 이스라엘
미국과 이스라엘의 셈법 역시 복잡해졌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나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관련된 HTS 역시 테러조직 명단에 올린 상태다. 이들은 시리아의 정치적 민주화와 무관하게 지하드(무슬림 성전) 이념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반군 연합 세력과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TS은 자신들을 이제 알카에다와는 관련 없는 독립세력이라 주장하고 있다.
HTS가 세력을 더하며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NYT가 전쟁감시단체와 반군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쿠르드족이 이끄는 전투원이 알레포 일부 동네에 버려진 검문소를 점령했다. 쿠르드족 연구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반 빈겐버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알레포에는 쿠르드족이 이끄는 SDF와 인민방위대(YPG)가 통제하는 두 개의 동네가 있으며, 터키가 통제하는 아프린에서 온 상당수 실향민들이 알레포 북부 틸 리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고 이란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약 900명의 미군을 시리아에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대화를 거부하고, 러시아와 이란에만 의존하는 것이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불렀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대로 반군과 정치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5년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과도 정부 구성과 유엔 감독하에 선거를 통한 새 정부 구성을 내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스라엘 역시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아사드 정권의 약화와 이를 통해 이란-헤즈볼라-시리아 축을 약화시키는 것은 이스라엘로서는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며 하마스를 지원하는 튀르키예가 시리아에서 강력한 발판을 마련하고 중동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을 심화시킬 수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월 29일 저녁 국방부 수장들과 특별안보회의를 열어 시리아 내전과 레바논 휴전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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