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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용산 “감액 철회하라” 野 “더 깎을수도”… 677조원 나라 살림 볼모로 극한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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禹의장, 오늘 처리 않고 협상 방침

野, 감사원장-검사 탄핵 강행하기로

대부업법 개정 등 민생법안은 뒷전

동아일보

여야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는 이날 오전 “정부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고 했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후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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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법정 처리 시한(2일)을 하루 앞두고 극한 대치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예산안 대비 4조1000억 원을 깎은 감액 예산안의 2일 본회의 단독 처리를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맞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협의하면 된다”고 밝힌 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단독 감액안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고 했다.

정치권이 677조 원 규모의 나라 살림을 볼모로 삼아 벼랑 끝 대치를 벌이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고 추가 협상을 촉구할 방침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여당과 합의가 불발되고 기획재정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아 2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선(先)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고 정부 예비비 등을 깎은 감액안을 예결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이 2일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소추안도 보고한 뒤 4일 통과시킬 방침이어서 여야 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여야가 약속한 민생 입법은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당초 여야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불법 사금융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부업법 개정안 등 6개 민생 법안을 10일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5개 법안이 소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용산 “특활비 없애 마약수사 못해” 野 “영수증도 없는 쌈짓돈 안돼”

野 감액 예산안 처리 시도에 충돌
與 “정부 4.8조원 예비비 반토막 내… 재난대책비 예산도 1조원 깎아”
野 “1.5조이상 쓴적없어 정상화 조치
부자감세 상속-증여세법 부결 계획”


“일방적 예산 감액으로 민생, 치안, 외교, 재해 대응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걸 분명히 한다.”(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특수활동비 삭감했다고 국정이 마비되지도, 국민이 피해 입지도 않는다. 잘못된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처리 시도를 놓고 여야 원내지도부는 일요일인 1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도 높은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던 민주당은 3일 만인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감액 예산안을 최종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동시에 정부 여당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온 전략’ 구사에 나섰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선(先)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는 국민 몫이니 책임은 야당이 져야 한다. 사고를 친 민주당이 수습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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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비 너무 많아” vs “재해대책비 1조나 감액”

정부 예산안 677조4000억 원 중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수정 예산안의 핵심은 정부 예비비 절반 삭감과 대통령실과 감사원, 검찰, 경찰의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이다.

먼저 정부안 4조8000억 원 중 2조4000억 원을 감액한 정부 예비비와 관련해 민주당은 정부의 씀씀이를 문제 삼았다. 박 원내대표는 “역대 정부에서 예비비는 1조5000억 원 이상을 사용한 예가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무려 4조8000억 원이나 편성했다. 이게 말이 되냐”며 “집안 살림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예비비 삭감으로 국가의 기본적 기능 유지에도 지장을 초래하게 됐다”고 반발했다. 추 원내대표도 “재난 재해에 대해 적기에 대응하는 걸 어렵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정부는 예비비 중 2조6000억 원은 재난대책비 등으로 활용하게 예산을 편성했지만, 야당의 감액 수정안에선 1조6000억 원만 재난대책 예비비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특수활동비를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당은 “영수증도 내역도 소명도 없이 쓰는 쌈짓돈 뺏기게 생기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느냐”며 “그토록 소중한 특활비로 휴대전화 요금을 납부하고 회식까지 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검사 시절에는 전직 국정원장들이 대통령실에 제공한 특수활동비를 국고 손실로 기소해 놓고 본인이 대통령으로 쓸 땐 돌연 민생 예산으로 둔갑하는 것이냐”고도 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경찰의 특수활동비 전액을 삭감해 마약 수사, 범죄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함으로써 민생범죄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마약·도박 수사, 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 범죄 등 특활비가 투입되는 각종 범죄 수사의 기능이 현격히 약해질 것이란 취지다.

이 외에도 윤석열 정부 핵심 정책인 의료개혁 관련 전공의 지원 예산 931억 원 삭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497억 원 삭감을 두고도 야당은 “의정 갈등 장기화와 무리한 프로젝트 진행 등 정책 실패로 인한 예산 삭감”이라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예산까지 모두 잘라냈다”고 반발했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와 건강보험 가입 지원,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관련 예산 증액도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 텃밭인 호남고속철도건설과 새만금 신공항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도 무산될 수 있다.

● 국회의장실 “감액안만 상정 부담”

다만 2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이 상정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감액안만 통과되는 초유의 사태라 상정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에게 만찬을 제안했으나 추 원내대표가 거부 입장을 밝혀 무산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 예산 증액’ ‘고교 무상교육 유지’ 등을 전제로 ‘대왕고래 프로젝트’ ‘용산공원 사업비’ 등 여당이 요구하는 사업 등에 대해 협상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과하고 감액 예산안 철회를 먼저 해야 다시 증액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오히려 민주당을 압박했다.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들 역시 지역구 사업에서 증액이 필요한 상황에서 야당 지도부의 감액안 단독 처리 결정에 반발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추 원내대표는 “사고는 누가 쳐놓고 수습은 누가 하라고 하는 것이냐. 초유의 날치기를 했으니 끝까지 가든지 사과하고 원점에서 논의하든지 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의 철회”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예산안과 연계 처리되는 예산안 부수 법안에 대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등 8개 법안은 정부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0억 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는 상속증여세법은 부결하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초부자 감세’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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