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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법원 문을 자꾸 두드려야 해요"…국내 최초 반려동물 전문 로펌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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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톡톡]

[편집자주] [편집자주] 사회에 변화가 생기면 법이 바뀝니다. 그래서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는 로펌이 있습니다. 발 빠르게 사회 변화를 읽고 법과 제도의 문제를 고민하는 로펌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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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형 법무법인 청음 대표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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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교통사고로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사망해도 보호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은 반려동물의 시가(시장 가격)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위자료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법원의 문을 자꾸 두드려야 합니다."

조찬형 법무법인 청음 대표변호사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과 보호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법적 활동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명 시대지만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보호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원의 인식 변화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보고 보호자가 입는 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해주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A씨는 2022년 5월4일 오전 2시쯤 대전 중구에서 골든리트리버 반려견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사거리를 질주하던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자 B씨에게 변을 당했다. B씨는 A씨의 반려견을 오토바이 전면과 우측면으로 충격한 뒤 그대로 도주했다. 반려견은 결국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수사기관이 B씨의 인적 사항을 특정하는 데만 10개월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무면허운전) 혐의로 B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형으로 약식기소해 그대로 약식 명령이 내려졌다. 터무니없이 약한 처벌에 억울했던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지난 7월9일 법원은 위자료와 장례비 등으로 400만여원을 B씨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에서 감정과 유대감을 가진 생명체로 재평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 변호사는 "법원이 반려동물의 가치와 보호자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는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사건을 법원에 제기해 판례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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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은 2019년 국내 법무법인 중 최초로 반려동물 전문 변호사그룹을 설립했다. 조 변호사가 반려동물 전담팀을 꾸리게 된 계기는 아내가 키우던 반려견의 죽음과 자신을 찾아온 한 의뢰인과의 상담에서 비롯됐다. 조 변호사의 아내는 15년 동안 키우던 말티푸(말티즈·푸들) '오복이'를 지병으로 잃고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사망한 후에 겪는 상실감)을 겪고 있었다.

그 무렵 교통사고로 반려견을 잃은 한 보호자가 조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와 자문했다. 이 사건에서 보호자는 깊은 자책감과 슬픔을 느꼈지만,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 변호사는 "이 상담을 통해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겪는 고통과 억울함에 공감하게 됐고, 이러한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반려동물 관련 사고에 대해 법률적인 도움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특히 "관련 법과 산업을 조사해 보니, 보호자들은 다양한 분쟁을 겪고 있었고 또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변호사 선임 비용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법률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보호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으로 전문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반려동물 사건은 위자료나 배상액이 낮게 측정되기 때문에 소송 가액도 낮다. 결국 변호사를 선임하기에는 부담이 되고 피해자가 스스로 소송을 진행하기에는 법적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소송 가액이 수백만 원 수준이라 돈이 안 되는 사건이다. 청음이 홈페이지 문의 게시판 등을 통해 법률 상담과 자문에 무료로 응하는 이유다.

청음에 접수되는 사건 자문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자문 건수는 △2020년 53건 △2021년 67건 △2022년 72건 △2023년 97건 △2024년(10월 기준) 102건으로 올해는 이미 100건을 돌파했다. 조 변호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수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반려동물 산업 분야는 치열한 경쟁과 사회 전반적인 경기의 악화로 녹록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반려동물 관련 법률 수요는 소가를 떠나서 꾸준히 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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