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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알몸으로 폰 훔친 그 사람…"의원 위 정책지원관" 논란 터진 이유 [이슈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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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월 28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전북 의석 10석 사수'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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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위에 정책지원관" 불만



지방의회 정책 역량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2년 전 도입된 정책지원관 제도를 두고 "싱크 탱크(두뇌 집단)" "철밥통" 등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의원 대신 집행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큰소리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공무원 사이에선 '의원 위에 정책지원관'이란 불만도 나온다.

2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2022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원 정수 2분의 1 범위 내에서 광역의회는 6급 이하, 기초의회는 7급 이하로 정책지원관을 둘 수 있다. 조례 제정을 위한 자료 수집, 예산안 심의·의결과 행정사무감사 지원 등 의정 활동을 돕는 역할이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며 임용 기간은 2년 계약 후 3년 연장하는 게 보통이다. 연봉은 6급 기준 5200만~7900만원, 7급은 4700만~6600만원 수준이다.

지방의회별로 공개 채용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로 알려지면서 의원이 자기 선거를 도운 측근이나 같은 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지역구 내 유력 인사 가족·지인 등을 정책지원관으로 앉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 번 채용되면 의원 후광 등으로 사실상 정년이 보장되는 '평생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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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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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제지만 '평생직장' 인식"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도의회 임기제 직원으로 5년간 일하다 최근 교육위원회 정책지원관(7급)에 지원했다 떨어진 A씨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면접을 앞두고 "A씨 학원 강사 1년 근무 경력이 허위"란 투서가 접수되면서다. 의회사무처는 "당시 A씨가 실제 일했는데도 세금 감면을 위해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학원 측 해명을 토대로 경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달 8일 발표한 합격자 명단에서 빠졌다.

이에 전용태 의원(진안군)은 지난달 11일 전북자치도의회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양원 도의회 사무처장에게 "(5년 전) 집행부에서 뽑아 인력을 쓰고 있는데 다른 데서 제보했다고 해서 다시 경력을 확인한다는 것은 그 전에 안 했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김슬지·장연국 의원 등도 A씨 탈락을 문제 삼았다. 이후 A씨는 같은 달 19일 추가 합격했다.

도의회 안팎에선 "의원들이 떨어진 A씨를 살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특정 개인을 두둔한 게 아니라 인사 제도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정웅 의회사무처 총무담당관은 "합격자가 더 좋은 곳에 붙어 임용을 포기해 전체 지원자 6명 중 차점자인 A씨가 추가 합격자가 됐다"며 "의원들이 A씨를 뽑으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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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지난 6월 26일 제411회 임시회를 열고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왼쪽부터 제2부의장으로 당선된 김희수 도의원(전주 6), 의장으로 당선된 문승우 도의원(군산 4), 제1부의장으로 당선된 이명연 도의원(전주 1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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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측근 챙기기" 의심



그러나 "정책지원관 상당수는 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추천 등으로 내정되고, 임기가 끝나도 의회 내 다른 자리로 옮겨 공무원 생활을 이어간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익명을 원한 한 공무원은 "일종의 특혜 채용이지만, 현재 전북자치도의회 도의원 40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37명으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데다 의원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쉬쉬하기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현재 전북자치도의회 정책지원관은 행정자치·환경복지·농산업경제·문화건설안전·교육 등 5개 상임위원회에 20명이 근무 중이다. 도의회는 기존 전문위원실에 배치된 유사 인력 14명을 정책지원관으로 전환했고, 신규로 6명을 채용했다. 이와 관련, 김양원 처장은 "정책지원관은 객관적 평가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뽑고 있다"며 "의원이나 외부 입김이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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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10월 23일 춘천시 한강수력본부 운동장에서 의원과 사무처 직원 간 소통·화합을 도모하는 한마음 화합행사를 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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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후 재임용…근무 태만 논란



전국 곳곳에서 정책지원관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022년 1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이듬해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정책지원관(7급) B씨를 최근 재임용한 광주 서구의회가 대표적이다. 서구의회 측은 "지방공무원법에 규정한 공무원 결격 사유에 음주운전 처벌 전과자가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2년간 업무 성적·근태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8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시의원 출신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6급) C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C씨는 지난 4월 6일 새벽 술에 취해 알몸 상태로 서울 강남구 한 건물 내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입건됐다.

강원자치도의회는 소속 정책지원관 24명 중 일부가 초과 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달 18일 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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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방의회 이해충돌 방지 제도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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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갑질 시달려" 동정론도



일각에선 "정책지원관은 개인 비서가 아닌데도 의원 사적 심부름 등 갑질에 시달리는 자리"라는 동정론도 적지 않다. 대구 달서구의회 민주당 소속 D의원은 지난해 한 정책지원관에게 본인 대학원 리포트 검토를 맡겼다가 구설에 올랐다. 지난 7월 31일 달서구의회 홈페이지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뒤늦게 해당 직원에게 사과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책 발굴·수립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라는 애초 제도 취지에 맞는 인재가 선발되도록 인선 과정을 손질하고, 의회와 행정 간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제도 전반을 점검할 시점"이라며 "정책지원관도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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