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새 지도부, ‘우크라 지지’ 재확인…트럼프에 메시지
나토 가입 전제 ‘출구 전략’ 모색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공세 강화하는 러시아…역대 최대 국방예산안 서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열린 회담에서 유럽연합(EU)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마르타 코스 확장·동유럽 담당 집행위원을 환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촬영.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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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새 지도부가 출범한 첫날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 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국가의 지지를 보여주려는 상징적 방문으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즉각 수복’ 포기까지 시사하면서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하기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 강력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연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 EU의 신임 외교수장인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르타 코스 확장·동유럽 담당 집행위원이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EU는 러시아의 침공 첫날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왔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동을 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며 휴전 협상을 통한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유럽 진영이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북한군 참전,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 등이 맞물리면서 러·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최근 극대화됐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어떤 선택지도 배제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 협상 시 EU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에스토니아 총리였던 칼라스 고위대표는 확고한 우크라이나 지지자로 꼽힌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가장 강력한 안전보장은 나토 가입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열린 회담에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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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서방에서 받은 장거리 무기 사용 확대를 EU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나토 가입 절차의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이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를 일시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는 의향을 처음 드러낸 뒤 나왔다. 그는 지난달 29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쟁의 과열 국면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다른 영토를 외교적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터뷰를 두고 “다양한 옵션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음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젤렌스키는 이미 워싱턴과 유럽의 변화하는 정치적 역학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있으며 협상 테이블에 나오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을 한다면) 안보 범위는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해 나토의 집단방위 체제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이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해 회원국을 설득해달라고 호소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지난달 29일 “이번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을 결정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영토 수복 전 협상 불가’라는 기존 태도에서 일부 후퇴하면서까지 연일 나토 가입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공세가 최근 격화하고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이 다가오는 데 대한 우크라이나의 불안함과 조급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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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독일 등 여러 회원국은 러시아와 직접 대결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뜻을 유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적인 요구에 현재까지 나토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나토 가입을 전제로 한 그의 출구 전략에 나토 회원국들이 난감해하는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공세를 강화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마을을 하나씩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동·북·남부 전선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져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1565명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년 국방예산 지출을 13조5000억루블(약 175조950억원)까지 늘리는 예산안에 서명했다. 이는 올해보다 28.3%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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