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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우크라이나, 올해 6만 명 탈영…"국민들이 군인 희생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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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은 지친 전투병이 대부분…해외 훈련중 탈영하기도

군인 홀대·물자 부족·병역 비리·순환배치 중단 등 원인 지목

뉴스1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상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제126영토방위여단 소속 신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4.10.2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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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러시아군의 공세 강화와 북한군의 참전 등으로 우크라이나가 겪는 전장에서의 어려움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우크라이나군에 6만여 명에 이르는 탈영병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우크라이나 검사들이 약 6만 건의 탈영 혐의로 수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과 2023년 건수를 합친 것의 2배에 가깝다. 우크라이나에서 탈영은 최대 징역 12년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의 123여단에서는 수백 명의 보병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부흘레다르에서 탈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미콜라이우 지역의 고향으로 돌아왔고 일부는 시위를 벌여 더 많은 무기와 훈련을 요구했다. 다만 일부 탈영병은 다시 전선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도피하거나 재판 전 구금 상태에 놓여 있다.

익명을 요구한 123여단의 한 장교는 "우리는 자동 소총만으로 (부흘레다르에) 도착했다"며 "그들은 150대의 탱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20대뿐이었고 우리를 보호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군복무 연령의 남성은 출국이 금지돼 있지만 일부는 동맹국에서 훈련을 받다가 탈영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폴란드 안보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매달 평균 12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도주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당국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군인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후방과 전방 군인의 순환 배치를 하지 않아 사상자가 더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원래 징집될 예정이었던 군인들에게 겁을 주었다. 보통 순환이 된다면 군인들은 기지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신병과 훈련을 받으며 파손된 장비를 수리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관계자도 보병과 돌격대원 등 지친 전투병들이 탈영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23여단 장교는 3년간 그의 부대가 단 한번도 순환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폐허가 된 부흘레다르에 병력을 배치할 이유가 없었다며 "부흘레다르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군인)을 죽이기만 하지 휴식을 취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쳤거나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미콜라이우와 자포리자의 여러 군인은 이 장교의 관점에 공감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조국의 항복을 원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병역 관련 비리와 잘못된 대응 및 메시지 역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징집 담당 장교들이 남성들을 구타하고 끌고 가는 장면이 촬영되거나 군 의료 위원회가 뇌물을 받고 병역 면제를 승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징집 장교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고 있다.

또한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징집 통지서를 가장 먼저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자 군에서는 "나라를 지키는 것을 일종의 처벌로 취급하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탈영병의 수가 워낙 많아서 법 집행 기관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탈영병의 복귀를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의회는 지난달 21일 나중에 부대로 복귀한 초범에 대해서는 기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바딤 이브첸코는 탈영병의 20%는 복귀한다고 밝혔다. 한 여단은 탈영병의 복귀를 돕기 위한 챗봇을 도입한 이후 수백 건의 응답을 받기도 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도 2일 징집 담당 장교들이 미등록 남성들을 버스에 태우는 '버스화'를 포함한 강제 징집을 중단하고 자발적 모병제로 전환해 남성이 자신의 여단과 특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는 약 100만 명의 군인이 있으나 이중 현역병은 약 35만 명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는 향후 3개월간 약 16만 명의 병력을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인 25세를 더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키이우가 징집 연령을 18세까지 낮춰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의 커져가는 군대에 보조를 맞추면서 전장에서 손실을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군인을 동원하거나 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단순한 진실"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나 그 가족들은 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낮아지는 관심도와 부족한 물자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작년에 팔 하나를 잃고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 인근에서 후방과 전선을 오가는 운전병으로 근무하는 보단은 "군 덕분에 드니프로가 토요일에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며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전쟁을 외면하고 군대의 희생을 잊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자신들이 "드론, 야간 투시경, 자동차 수리비 등을 구걸하러 다녀야 한다"면서 물자가 부족한 군의 현실을 토로했다.

123여단에서 복무하던 오빠를 잃은 나탈리아 로지노비치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쳤다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다"며 "그들(군인)이 지친 것이지 우리가 지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는 동부 전선에서 많은 군인을 투입하는 '인해전술' 식으로 빠르게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수복할 수 있는 영토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465㎢를 점령한 것에 비해 올해에는 2700㎢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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