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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11월인데 ‘여름 날씨’ 일본…여름 신상품이 9월에도 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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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6일 일본 후지산이 눈으로 덮여 있다.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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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에서 11월까지 ‘여름 기온’이 기록되는 등 120여년만에 가장 더운 가을이 나타난 것으로 기록됐다. 일부 업계에선 짧아진 가을 대신 긴 여름을 둘로 나누는 ‘오계절 판매 전략’에 나서고 있다.



3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일본 가을 기온이 평년보다 1.97℃ 높아져 1898년 관련 통계 작성이 이후 126년 만에 ‘가장 더운 가을’로 기록됐다. 전국 153곳 기상대 가운데 120개 지점에서 가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평년대비 +1.39℃)와 견줘 0.58℃가 상승하며 한해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에선 올해 유난히 더운 가을 영향으로 이례적 기상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달 7일에는 후지산에 1894년 이후 130년 만에 가장 늦은 첫눈이 내렸다. 후지산에는 평균적으로 10월2일 첫눈이 관측돼 왔는데, 올해는 한달 이상 늦어졌다. 이전까지 가장 늦게 첫눈이 관측된 것은 1955년과 2016년의 10월 26일이었다. 같은 달 17일에는 시즈오카현 기상 관측 지점 5곳에서 여름 날씨(섭씨 25℃ 이상)가 관측되기도 했다. 지난달 9일에는 가고시마현 요론초에 11월에 호우특별경보가 발령되는 일도 있었다. 일본이 ‘특별경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11월에 비로 인해 특별경보가 내려진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 마을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한 지역 주민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관 앞에 가족 5명이 입을 구명조끼를 준비해놓고 잤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특이한 비가 내렸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늦가을에 해당하는 시기에 큰 비와 무더위 등 이상기후가 잇따르는 건, 적도 부근에서 방향을 종잡기 어렵게 불어오는 사행성 무역풍과 높은 해수면 온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적도 부근의 무역풍이 남북으로 춤을 추듯 움직이면서 네 개의 태풍을 만들었고, 이 영향으로 전례없이 큰 비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등 영향으로 지난달 일본 근해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1.7℃도나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길어진 여름은 기업들의 영업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짧은 가을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기존 3개월로 보던 여름을 아예 5개월로 늘려 잡는 것이다. 이어 ‘초여름-성수기’(5∼7월)와 ‘무더위’(8∼9월) 두 단계로 나눠 상품 판매 전략을 다시 짜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사계절’ 대신 이른바 ‘오계절’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날씨에 민감한 의류 업계에서는 실수요로 봤을 때 9월까지 거의 여름으로 보고, 기존 사계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업체에서는 이전에 가을 제품을 내놓을 시기인 8∼9월에도 여름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가을 상품도 ‘따뜻한 가을’에 맞춰 온도 조절이 가능한 옷들을 대폭 늘리고 있다다. 아사히신문은 “여름과 가을 상품 모두 호평을 받고 있어 내년 이후에도 당분간 ‘오계절 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일본 기상청은 가을과 달리 올 겨울은 ‘겨울다운 겨울’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금까지와 달리 겨울에 접어들면서 일교차가 크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며 “눈 대비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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