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런 인사 지명 방식은 의회 인준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상적으로는 의회 인준이 어려운 후보자들을 여러 인사들과 함께 '무더기'로 보내 인준을 통과시키려는 일종의 꼼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NYT는 "의회의 인준 역사를 살펴보면 한 명 혹은 소수의 문제 후보자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반대해왔다"고 했다. 한마디로 트럼프가 이런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11월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웨스트 팜 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멜라니아 트럼프와 손을 잡고 지지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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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럼프는 낙마한 게이츠의 후임으로 자신을 변호해온 '충성파'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州) 법무장관을 즉각 지명했다. 이어 추수감사절 연휴였던 지난달 30일엔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대행) 비서실장을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파텔은 FBI를 이끌 만한 경력이 부족한 데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기소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보복을 공언해 논란을 불렀던 인물이다.
FBI 역사에 밝은 더글러스 찰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본디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바꿀 수 있고, 파텔은 트럼프의 지시를 쉽게 수행할 수 있다"며 "무엇이 그들을 막겠느냐"고 우려했다.
각종 논란에도 충성파로 내각을 꾸린다는 트럼프식 '마이 웨이' 인사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2일엔 미국의 핵심 동맹인 영국 주재 대사 후보자로 자신에게 거액을 기부한 금융업계 출신의 워런 스티븐스(67)를 지명했다. 아칸소주 소재 금융서비스 업체 '스티븐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스는 2020년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하는 슈퍼팩(정치자금 모금단체)에 300만 달러(약 42억원) 이상을 냈다. 이번 대선 때도 트럼프에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을 후원했다.
영국 주재 미국 대사 후보자로 지명된 금융업체 최고경영자(CEO)인 워런 스티븐스(67). 사진 스티븐스 홈페이지 캡처 |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도 자신의 사돈들을 잇달아 주프랑스 대사와 아랍·중동 문제 담당 선임 고문에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족벌 정치(nepotism)'를 노골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들의 도덕성도 논란이다. 특히 첫째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부친인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대사 후보자는 탈세 등 혐의로 실형을 살았고 수사받았다. 이 과정에서 매형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모텔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매춘부를 매수해 성관계를 갖게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사돈인 부동산 개발업자 찰스 쿠슈너(가운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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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행사 퇴장시킬 정도로 만취"
국방장관에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시사지 뉴요커는 "(그가) 과거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비영리단체에서 과도한 음주 문제와 성 문제 등으로 퇴출 당했다"고 2일(현지시간)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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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는 2013~2016년 '미국을 걱정하는 재향군인(CVA)'이란 단체의 회장을 지냈다. 당시 업무 중 반복적으로 술에 취해 있어 "단체 행사에서 퇴장시켜야 할 정도였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또 재임시 파티를 너무 많이 열어 단체에 막대한 빚이 생겼다는 정황도 있다.
그가 CVA 내 여성 직원들을 '파티 걸(party girl)'과 '파티 걸 아님'이란 두 그룹으로 나누고 여성 직원 성폭행·성희롱에 대한 고발을 무시했다는 내부 고발도 나왔다. 헤그세스는 2017년 공화당 당원 행사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했는데, 이 때 헤그세스 측이 이를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해당 여성에게 거액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헤그세스의 모친이 자기 아들에게 "난 여자를 무시하고 속이고, 동시에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고 이용하는 남자를 혐오하는데, 네가 바로 그런 남자"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e메일을 2018년에 보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밖에 린다 맥마흔 교육장관 후보자의 성 학대 방치 의혹,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후보자의 '반(反) 백신주의 음모론'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내년부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임기를 시작하는 존 튠 의원에게 2일 서한을 보내 "각 내각 후보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친트럼프 인사들이 장악한 공화당에서 얼마나 이견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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