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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기자의 시각] 전쟁 1000일, 우크라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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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7일 서울을 찾아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스위틀라나 코발추크 우크라이나 얄타유럽전략(YE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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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에 폭설이 내린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얄타유럽전략(YES)의 스위틀리나 코발추크 이사가 서울에 왔다. 우크라이나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려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얼마 전 조국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아주 큰 여행 가방을 싣기가 어려워 쩔쩔매는데 기사가 도와 주지를 않더라고요. ‘너무하네’라고 생각하고 노려보니 한 손이 없었어요. 너무 어려 보이는 청년인데. 전쟁에서 부상당한 겁니다.” 어디서 다쳤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하니 그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쟁터에 다녀온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고 했다.

원래 인구가 4000만명 정도였던 우크라이나는 전쟁 약 3년 만에 인구 5분의 1 정도가 증발했다. 전장의 희생양으로 스러진 군인들 외에도 전쟁의 화를 피해 해외로 떠난 이가 많다. 사라진 ‘아들들’의 빈자리는 여성들이 채우고 있다고 한다. 코발추크 이사는 말했다. “키이우엔 택시·버스 운전기사가 여성으로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남겨진 이들의 하루하루는 사투와 같다. “우크라이나도 지금 눈이 많이 오는 계절이지만 ‘낭만’은 없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리는 공습 경보를 듣다 보면 음울한 감정이 몰려와 떨쳐내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설비를 집중 공략해 타격을 입히면서 겨울 나기가 더 혹독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키이우의 전기 공급 상황을 알려주는 앱을 보여줬다. 구역별로 언제 전기가 들어오는지를 알려주는 앱이다.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새벽 2시에 샤워를 한 적도 있어요. 제가 사는 집은 20층이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오가기도 어렵습니다.” 영업을 해야 하는 매장들은 비상 발전기를 사다가 돌린다. 그는 “비상 발전기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느냐”며 “거리에 울려대는 발전기 소음이 키이우를 상징하는 소리가 됐다”고 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상황이 더 어렵다. 그는 휴대폰으로 받은 친구와 자녀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어린아이 세 명이 캠핑용 간이 침대에 모로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이 아이들이 어디 누워 있는 거냐고 물으니 ‘지하 주차장’이란다. 언제 러시아 드론이 날아들어 집이 날아갈지 몰라 불편해도 지하 주차장에 가서 산다는 얘기였다.

어느덧 전쟁 1000일 차를 맞은 우크라이나.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이렇게 긴 전쟁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아직 모든 것에 희망이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현실이 된 지금 국민들은 불확실성 앞에서 섣부르게 좌절하지는 않으려는 의지를 서로 북돋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키이우 시민 중 상당수는 밤이면 난방이 끊겨 얼음장같이 추워진 집에서 나와 지하철역에 모인다”며 사람이 가득한 승강장 사진을 보여주었다. “난방이 안 되기는 마찬가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온기에 기대 쪽잠을 자고 끓인 물을 나눠 마시며 밤을 버팁니다. 우리는 정말로 강인한 민족이라고, 서로의 모습을 통해 믿음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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