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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정우상 칼럼] 20년 전 국보법 폐지 투쟁, 지금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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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조작된 간첩”

눈물 흘렸던 30대 청년은

이후 민노총 간부로 간첩 활동

“고문 조작” 국보법 사범은

동생 이어 매부까지 국보법 위반

아내 윤미향은 조총련 행사에

조선일보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민주노총,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등 참석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무죄 선고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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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할 때, 국회에서 ‘국보법 조작 피해자 증언 대회’라는 것이 열렸다. 연단에 선 33세 청년은 “평생을 억울하게 간첩의 가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아버지는 남파 간첩 친척을 만나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980년 구속돼 18년간 복역했다. 아버지는 고문으로 조작된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 그리고 아버지를 간첩으로 조작한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위는 이 사건의 재심을 권고했고, 법원은 불법 구금과 고문을 인정해 “그런 상태에서 받은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간첩 혐의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출소 후 대법원이 이적 단체로 판시한 범민련 경기연합 고문으로 생을 마쳤다.

이 청년 옆에는 1993년 ‘남매 간첩단 사건’의 당사자 김모씨가 나와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여동생과 일본에서 반국가 단체인 한통련 관계자를 만나 공작금을 받는 등 국보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김씨는 안기부의 프락치 공작과 고문으로 사건이 조작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국보법을 위반했을 수 있지만, 간첩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김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5월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 조사관으로 채용돼, 군 의문사 사건을 직접 조사했다. 그에게 전현직 군인 35명이 조사를 받았다.

국보법 폐지 투쟁을 했던 이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아버지 무죄를 주장했던 청년 석모씨는 20년 뒤 민노총 간부로 북한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102차례에 걸쳐 북한에서 지령을 받고, 보고문과 충성 맹세문을 북에 보냈다. 아버지는 간첩이 아니라고 외쳤던 그가 왜 북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했는지 아직 전모를 알 수는 없다. 그의 외침대로 2004년에 국보법이 전면 폐지됐다면 그는 아무 일 없이 민노총 간부로서 북한과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씨의 ‘남매 간첩단 사건’에 대해선 2016년 재심이 열렸다. 법원은 “한통련의 반국가단체성을 부정할 수 없고 이들이 단체의 실체를 알고도 활동비로 돈을 받았다”며 국보법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군사기밀 문서를 넘겼다는 혐의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런데 2004년 고문 조작을 주장한 김씨 가족들은 이후 국보법 사건에 계속 등장했다. 김씨 여동생의 남편은 2006년 민노당 사무부총장으로 재직 때 ‘일심회’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 아내는 훗날 국회의원이 된 윤미향이다. 윤미향은 작년 9월 조총련이 주최한 ‘간토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참석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의전을 받았다. 그가 지난 1월 국회서 주최한 토론회에선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의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미향은 국정원이 민노총 석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국보법을 하루빨리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2004년 12월, 국회 앞에서는 국보법 개정이 아니라 완전히 폐지하라는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그중 한 명인 박석운씨는 현재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 대표로 촛불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민언련 사무총장은 “민주화 선배들이 부끄럽다”며 1인 단식 농성을 했다. 지금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이다.

과거 국보법 수사 과정에서 고문당한 이들에게 국가는 배상과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국보법을 앞세워 고문하고 조작하는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간첩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간첩 사건의 수사 노하우와 정보를 축적했던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공 수사권 이관으로 데이터베이스가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년 전 겨울, 국보법 폐지를 주장한 이들의 은밀했던 전략은 대공 수사권 박탈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국보법 폐지라는 종착지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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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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