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는 자국민에 “집회 참여 말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 발표를 통해 ‘국회를 장악한 좌파 세력이 북한에 동조하고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며 “이는 우익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태가 돼 그의 정치적 입지를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윤 대통령의 선택은 한국에서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훨씬 뛰어넘어 1960~1970년대에 통치한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이 자신의 몰락을 거의 확실하게 만들었다”며 “그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그를 탄핵할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일간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대중적 인기가 바닥난 가운데 처절한 도박을 했다”며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국제한국학협의회 부회장인 그렉 스칼라토이우 교수를 인용해 “한국은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 국가다”라며 “며칠, 몇 주만 지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한국은 40여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모든 정치활동이 금지됐고, 군대가 출동해 의회를 포위했다”며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모여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은 6시간 만에 계엄령을 해제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는 “1980년대 말 독재정권 종식 이후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3만여명의 자국군을 한국에 주둔한 미국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특히 “이번 계엄령 선포는 윤 대통령의 부인이 잇단 비리 스캔들 의혹을 받고, 야당이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효한데 이어 예산안마저 삭감 통과시킨 와중에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 정부도 밤늦게 반응을 내놨다. 영국 총리실 부대변인은 이날 “한국의 급변 상황을 자세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한국 내 영국 국민은 여행 안전 권고 사항의 변경 내용을 살펴보고,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 계엄령이 발령되었다. 정치적 시위를 피하라”는 내용의 여행 안전 권고(travel advisory)를 새로 발령했다.
EU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외무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큰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민주주의는 승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통해 “한국의 계엄령 선포 이후 상황을 우려한다”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어서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한국 내 러시아 시민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정치적 성격의 대규모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대사관 ‘안전 권고’를 통해 자국민에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위 장소로부터 멀어지라”고 권고했다. 프랑스 대사관도 “집회가 벌어지는 국회에 접근말라”고 권고했다가, 4일 오전 “상황이 평화적이고 정치적인 해결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대사관은 밤 동안 내린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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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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