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에서 무장군인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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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이뤄졌던 지난 6시간은 대한민국이 21세기에 상상도 못해본 충격과 혼돈의 시간으로 남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브리핑은 사전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열렸다. 비상계엄 선포에 곧바로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여야 대표는 20여분 만에 일제히 “불법·위헌적 계엄 선포”라며 반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곧 탱크와 장갑차, 총칼을 든 군인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여러분이 함께 나서 지켜달라”고 했다. 여야 대표는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했다.
국회를 오가는 길은 삽시간에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경찰은 오후 10시 50분부터 국회 외곽문을 폐쇄하고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국회 밖에 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기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그는 차량 진입이 막히자 오후 10시 57분 국회 담벼락을 넘어 경내로 들어왔다.
박 참모총장은 3일 오후 11시를 기해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발동했다. 포고령에는 ‘정치 활동이 금지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는 3일 오후 11시 48분부터 헬기를 24차례 동원해 총을 메고 무장한 계엄군 280여명을 국회로 진입시켰다.
계엄군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상정 본회의 개최를 앞둔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의사당 안에 있던 야당 보좌진들은 책상과 의자 등 집기를 정문 쪽으로 옮겨 계엄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리케이트를 쳤다. 그러나 계엄군은 4일 오전 0시 34분 국회의사당 2층 사무실 유리를 깨고 국회의사당 안으로 난입했다. 국회의사당 내에서 계엄군과 야당 보좌진들간 대치가 이어졌다.
우 의장은 4일 오전 0시 5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자 의원들을 소집했다. 정치 현안을 두고 충돌해온 한 대표와 이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다. 가까스로 190명의 의원이 모이자 우 의장은 오전 1시 본회의를 열고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적 190인 전원 찬성으로 결의안이 가결됐다. 그 중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은 18명뿐이었다.
결의안 가결에 우 의장은 즉시 계엄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계엄군은 4일 오전 2시 3분 국회에서 모두 철수했다. 결의안 가결에도 윤 대통령은 한동안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우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해제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결의안 의결 3시간 27분이 지난 4일 오전 4시 27분 결국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6시간 만이었다. 합동참모본부도 비상계엄에 투입된 병력이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며 파국의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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