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이어 또 만점자 배출한 선덕고
이번 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서울 광남고 서장협(18)군이 5일 광진구 학교에서 자신이 친구들과 작년에 만든 인공지능 기반 체스 게임기를 들고 웃고 있다. 그는 의대 대신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진학을 꿈꾼다. 서군은 만점 비결에 대해 “모의고사 등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부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5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전 과목 만점자는 11명으로, 지난해 1명에서 크게 늘었다. 수능 만점자는 국어·수학·탐구(2과목)는 다 맞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은 경우다. 만점자 11명 중 고3 재학생은 4명, 재수생 이상은 7명이다.
◇일반고 만점자 “공학도 길 걷겠다”
서울 광남고 3학년 서장협(18)군은 지구과학Ⅰ·물리Ⅱ를 비롯해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광남고는 일반고지만 우수 학생이 많이 진학해 학업 분위기가 좋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서군도 중학생 때부터 최상위권이었고, 고교에서도 전교 1~3등을 유지해 왔다. 학교 관계자는 “서군은 내신뿐 아니라, 평소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특히 잘 나왔다”면서 “수업에서 늘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군은 평소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고, 주말엔 학원에 다녔다. 잠을 충분히 자야 다음 날 공부가 잘되기 때문에 매일 11시 전엔 꼭 잠들었다.
서군은 수시 전형에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지원해 13일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수능 가채점 결과 만점이 나왔지만, 수능 이후 진행된 수시 면접을 보러 간 것이다. 수시에 합격하면 아무리 수능 점수가 높아도 의대를 비롯해 정시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서군은 “부모님이 의대를 권유하긴 했지만, 난 의대 생각이 원래 없었다”면서 “오랜 기간 꿈꾼 공학 계열로 진학하겠다”고 했다.
서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사람들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온라인에 공유하는 게 너무 재밌어 보였다”면서 “그때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꾸준히 배워왔다”고 했다. 광남고에 와서도 공학 동아리에 들어가 슈팅 게임과 로봇을 만들었다.
학교측은 “장협이가 친구들이 질문하면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복도에 장협이에게 질문하려는 친구들이 줄을 서 있었다”면서 “교사들도 장협이를 ‘교수님’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서군은 “어릴 때부터 엔지니어(공학자)가 꿈이었는데, 대학에 가서 공부하며 구체적인 분야는 정할 생각”이라면서 “많은 똑똑한 친구들이 공학도 길을 함께 걸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번 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서울 광남고 서장협(18)군이 5일 광진구 학교에서 자신이 친구들과 작년에 만든 인공지능 기반 체스 게임기를 들고 웃고 있다. 그는 의대 대신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진학을 꿈꾼다. 서군은 만점 비결에 대해 “모의고사 등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부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또 만점자 배출한 선덕고의 비결
자사고(자율형 사립고)인 선덕고 어재희(18)군도 전 과목 만점자다. 과학탐구에선 화학Ⅰ·지구과학Ⅱ에 응시했다. 선덕고는 2018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만점자를 배출했다. 당시 선덕고 3학년 김지명군은 중학교 3년 내내 백혈병과 싸웠는데도 결국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전국적으로 학교 이름을 알렸다.
어군은 고교 내내 ‘전교 톱 5′를 놓치지 않은 모범생이다. 평일엔 학교에서 10시까지 야간 자율 학습(야자)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학원에서 보충했다. 그는 수시에서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지원했지만, 수능 가채점에서 만점이 나오자 면접을 포기했다. 정시 전형에서 어느 대학, 학과를 지원할지 고민 중이다.
그는 “학교의 야간 자율 학습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선덕고는 주 4일 밤 10시까지 야자를 운영하는데, 95%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학교 측은 “기숙사가 없지만, 학생들이 사교육을 최대한 줄이고 학교에서 가능한 한 오래 머물며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도봉·노원·성북·강북구 등을 오가는 스쿨버스 수십 대를 운영 중이다.
선덕고는 매년 학년 부장이 바뀌는 다른 학교와 달리 3년간 같은 학년부장이 꾸준히 학생들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이 파악해야 학교생활기록부도 충실하게 쓸 수 있다는 취지로 2014년 도입한 제도다.
이런 제도 덕분에 입시 결과도 좋아지고 있다. 7~8년 전만 해도 1년에 10여 명 수준이었던 서울대 합격자가 작년엔 36명으로 급증했다. 나머지 고3 재학생 만점자 2명은 서울 세화고와 서울과학고에서 나왔다.
올해 수능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서울 선덕고 어재희(18)군./본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민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