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왼쪽부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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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당시 “포고령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로 국회에 군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회의 기능 자체를 정지시키려 했다는 뜻이다. 투입된 군인은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소속인데,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계엄령 준비 모임 논란에 휩싸였던 김 전 장관의 ‘경호처장 공관 모임’ 참석자들이다. 이번 비상계엄은 절차도 요건도 갖추지 못해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거센데, 김 전 장관이 사적 관계를 동원해 계엄 상황을 지휘한 점을 두고 ‘헌정 질서 유린’ 비판과 법적 논란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5일 오전 면직해 ‘민간인’ 신분이 된 김 전 장관은 이날 ‘3일 밤 계엄령 선포 뒤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을 막으려고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것이냐’는 한겨레의 질문에 “표결을 막기 위함이라기보다 포고령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텔레그램으로 답변했다. 당시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도 계엄군이 투입됐는데, 그는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갖고 있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3일 밤 11시부로 발표된 계엄 포고령 1호는 “국회·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김 전 장관은 그에 따라 ‘합법적으로’ 국회의 활동을 막으려 했다고 해명한 것이지만, 근거로 든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위헌·불법이라는 지적이 커 파장이 예상된다. 김 전 장관이 언급한 ‘부정선거’는 야당이 압승한 지난 4월 총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정적 탄압’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현안질의에서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선관위 군 투입·철수 등 비상계엄 사태 전반을 김 전 장관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장관 직무대리인 김 차관은 “계엄 선포 사령은 언론 보도로 알았다”며 김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국방부 관계자는 물론, 현역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조차 이런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했다.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보고 계엄이 선포된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후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김 전 장관에게 계엄사령관 임명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이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명령 불응 시 항명죄가 된다”고 말했다고 전해, 비상계엄 상황을 김 전 장관이 실질적으로 지휘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과 김 차관은 군 병력의 국회 투입과 철수 명령도 김 전 장관이 내렸다고 했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사령부) 지휘권을 위임받았다고 했다”며 “(군부대를) 투입한 것도 몰랐다. 제가 통제 못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 합참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고도 했다. 이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는 직권남용이자 내란죄”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국회 등에 보낸 계엄군이 ‘경호처장 공관 모임’ 참석자들이 지휘하는 부대 소속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과 1공수특전여단 병력, 수방사 군사경찰특임대 등 280여명의 역할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 저지라고 주장한 바 있다. 보도대로라면 김 전 장관은 사적으로 지휘하기 쉬운 부하들을 동원해 비상계엄 상황의 핵심 임무를 맡긴 셈이다.
박 총장은 계엄 당시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테이저건과 공포탄을 쏘아야겠다고 건의했다”며 “테이저건과 공포탄은 국민에게 위해가 될 수 있으니 (허가)할 수 없다고 금지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역할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선관위에 경찰을 투입한 경위와 관련해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국방부 차관 직책에 있으면서 일련의 행동이 일어난 것을 미연에 확인하지 못했고,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전날 오후 김 전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반려됐다.
한편, 검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윤 대통령과 함께 내란죄로 고발된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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