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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대책 회의하자" 불러놓고 20대 여교사 강간 시도한 40대 간부[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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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머니투데이

2009년 2월 9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가진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 총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인 2008년 12월 5일,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수배 130여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해 10월 말까지 서울 조계사에 피신해있었다가 빠져나와 행방을 감춘 지 한달여 만이다.

이 위원장은 같은 해 7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이랜드 노조와 금속노조 파업을 지시한 혐의로 수배됐던 상태였다. 이 위원장이 잡힌 장소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 있던 한 아파트였다.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조합원이었던 초등학교 교사 이 모 씨의 집에 숨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을 불러일으킨 '민주노총 조합원 성폭행 사건'의 시작이었다.


'대책 회의'하자며 불러내 허위 진술 강요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자기 집을 이 위원장의 은신처로 제공한 전교조 조합원 초등 교사 이 모 씨(당시 27세)다. 이 씨는 수개월 전 한 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 손 모 씨(당시 34세) 등의 부탁으로 자기 집에 이 위원장을 숨겨줬다.

당시 이씨는 고양시 덕양구 한 초등학교 5학년 학급의 담임이었다. 평소 이씨는 소속 초등학교에서도 각종 활동에 앞장섰으며 전교조에도 가입해 열심히 활동했다. 손씨는 전교조의 신임 부대변인이었고 그 무렵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씨의 집에 숨어있는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했으나, 해당 아파트가 은신처로 사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했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단지 내에서 잠복, 잠시 아파트 밖에 나온 이 위원장을 체포했다.

이 위원장이 체포된 다음 날인 12월 6일 손씨는 대책을 논의하자며 이씨를 서울 영등포구로 불러냈다. 민주노총 조직강화 위원장 김 모 씨(당시 44세), 민주노총 재정국장 박 모 씨 등과 함께였다. 민주노총 간부였던 이들은 이씨에게 "누구 부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 위원장이 집으로 찾아와 숨겨두게 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해달라"며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


"집에 데려다줄게" 택시 타고 따라가 성폭행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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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9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간부의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열리는 제4차 중앙집행위원회 시작 전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시스


네 사람의 대책 회의가 끝난 후 이씨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가했다. 이때 김씨가 이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택시로 집까지 쫓아갔고 이 씨 자택인 아파트 11층 현관 앞에서까지 소란을 피웠다. 이 씨가 문을 열고 항의하자, 김씨는 이씨를 밀치고 억지로 자택에 침입한 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시도했다.

다행히 이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김씨의 성폭행 시도는 실패했다. 이씨는 김씨를 어렵게 집 밖으로 쫓아낸 후 평소 친하던 전교조 여성 간부에게 연락해 구조 요청했다. 그러나 이 여성 간부는 현장에 도착해 김씨를 쫓아내지도, 경찰을 부르지도 않았다.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고위 간부들이 이씨를 찾아가 "이명박 실용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며 무마를 시도했다. 전교조에서도 이씨의 집을 수시로 방문하며 조용히 있을 것을 부탁했다.


민주노총, 사건 은폐하려다…결국 대국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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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2009년 4월 1일 고위 간부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가슴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사진=뉴시스


이러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다음 해인 2009년 2월 5일이었다. 이틀 후인 2월 7일 민주노총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국민에게 심려와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해 3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수배 중인 이 위원장의 도피를 돕고 여성 조합원 이씨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범인도피 및 강간미수)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그해 7월 열린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4개월 후 11월 항소심에서 항소가 기각돼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여러 차례에 걸쳐 강간을 시도해 죄질이 좋지 않다. 김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현재까지 김씨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심에서 선고한 형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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