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논란 됐던 기무사(현 방첩사) 계엄 문건에
‘국정원, 계엄사 지시에 소극적일 땐 대통령이 지시’
이 내용대로 실행했다면 계엄 사전준비 증거 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무장군인들이 국회 본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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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왜 국가정보원에 계엄사령부의 수사 기관이 되는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지시했을까. 그 배경에 국정원이 계엄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따르라고 지시’해야 한다는 2018년 ‘계엄 문건’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오후 10시 53분쯤 전화로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테니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지난 6일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중장)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계엄의 기본지침이 되는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2016년 버전)에 따르면 계엄사는 수사를 관할하는 합동수사본부를 지원기관으로 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 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의 계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돼 있다.
윤 대통령은 2018년 계엄 문건이나 이를 보완한 이후 문건을 참고해 홍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2018년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해 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써 있다. 국정원이 계엄사의 수사 기관이 되는 방첩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으니,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을 단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정원이 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 이유는 계엄법과 국정원법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계엄법 8조1항은 ‘행정기관(정보·보안 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국정원법 2조는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며, 대통령의 지시·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한다. 국정원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계엄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당시 기무사는 걱정했던 것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 문건을 바탕으로 홍 전 차장에게 방첩사 지원을 지시한 것이라면, 이는 윤 대통령이 관련 문건들을 검토하면서 사전에 상당부분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해당 문건과 관계없이 즉흥적으로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방첩사가 계엄준비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이 공개한 ‘계엄사-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계엄 선포’, ‘계엄법·계엄사령부 직제령’, ‘합동수사기구’ 등 계엄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추 의원은 ‘본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수색하며 엄중 처단한다’는 문구가 담긴 1980년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을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1980년 포고령을 참고했다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추 의원은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문건이 확인된 만큼 국민의힘도 즉시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 전 사령관은 해당 문건에 대해 방첩사의 전시 업무를 위해 매년 업데인트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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