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 여객기가 2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에 추락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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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60여명이 사상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을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새 떼 충돌, 러시아군의 오인으로 인한 격추, 악천후 등이 거론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교통 사건 담당 검사는 사고 현장에서 항공기 블랙박스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검찰도 조사팀을 급파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검찰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필요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은 이날 오전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 추락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62명과 승무원 5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날 사고로 38명이 숨지고 29명이 생존했다. 조종사 2명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락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항공기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 노선은 육지 위를 날아가면 되는 직선 항로인데 항공기는 카스피해 건너 카자흐스탄에 떨어졌다. 그런 만큼 왜 항로를 크게 벗어나게 됐는지에 설명이 집중된다.
추락 직후에는 러시아 민간 항공 감시업체가 발표한 예비정보를 근거로 ‘새 떼 충돌설’이 거론됐다. 새 떼와 부딪히며 비상 상황이 발생해 기장이 항로를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로이터는 새 떼 충돌사고의 경우 항공기가 가까운 벌판에 비상착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항공기가 통제를 잃을 순 있지만 이번 사례만큼 항로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항공도 처음에는 새 떼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철회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 여객기가 2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에 추락했다. 구글맵에 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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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새 떼 충돌을 원인으로 특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전달받은 정보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악천후로 항로를 변경해 악타우 공항으로 향했고 착륙과 동시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안개가 짙었다고 전해졌다.
러시아군이 항공기를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로이터는 드론 활동으로 인해 과거에도 이 일대 공항이 폐쇄된 적이 있으며, 추락 항공기의 항로와 인접한 체첸공화국 마하치칼라 공항이 이날 오전 폐쇄된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목적지였던 그로즈니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드론에 대응해 러시아 방공 체계가 가동됐던 곳이다.
한 러시아 군사 텔레그램 채널은 항공기에 발생한 구멍이 포격이나 폭발의 파편과 비슷하며, 새 떼 충돌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항공 보안 회사 ‘오스프리플라이트솔루션’의 맷 보리 최고 정보 책임자는 “잔해 사진과 러시아 남서부 안보 여건을 보면 항공기가 대공포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항공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는 해당 항공기의 고도가 마지막 비행 몇 분 동안 8자 모양을 그리며 오락가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항공기가 “강력한 GPS 방해”에 처해 “형편없는 자동종속감시(ADS-B) 정보를 전송했다”고 덧붙였다. 자동종속감시는 항공기 식별 부호, 위치, 속도 등을 지상과 다른 항공기에 전파하는 체계다. 가디언은 “러시아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GPS 전송을 방해해 비난받은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 현장을 2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이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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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항공기 조종사는 총 1만500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이었으며, 항공기가 마지막 종합 기술 점검을 받은 건 지난 10월이었다고 알려졌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도중 회항해 귀국했으며, 26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그는 “아제르바이잔 국민에게 엄청난 비극”이라고 애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악타우에서 비극이 일어났다.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회복을 바란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 항공은 추락 사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바쿠-그로즈니, 바쿠-마하치칼라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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