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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시리아 반군, 수도 무혈 입성… 53년 알아사드 정권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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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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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를 53년간 철권통치해 온 알아사드 정권이 8일 붕괴했다. 이슬람 무장 세력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이끄는 시리아 반군이 지난달 27일 약 4년간의 휴전을 깨고 전격 대공세에 나선 지 11일 만이다.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에 반군이 진입하자 시리아 정부군은 사실상 투항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59)은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시리아를 떠났다고 러시아 외무부는 밝혔다. 바샤르 알아사드는 1971~2000년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2000년 대통령직을 세습, 24년간 시리아를 통치해 왔다. 이날 시리아 반군 지도자이자 HTS 수장인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는 “수도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HTS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꿈꾸는 수니파 조직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간 전쟁으로 혼돈에 빠진 중동 정세가 또 다른 큰 변수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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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에 입성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기뻐하고 있다. 일부는 반군의 자주포 등에 올라타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난달 말 기습 공격을 감행한 반군은 파죽지세로 주요 도시를 점령한 데에 이어 수도까지 점령한 뒤 “폭군 알아사드 대통령이 도망쳤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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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에 진입하자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반(反)아사드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고 8일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다마스쿠스와 홈스 등에서 시민들이 아사드 대통령의 액자 사진과 그림을 뜯어내 짓밟고 불태우는 모습, 텅빈 대통령궁과 이란 대사관 건물에 들어가 물품을 약탈하는 장면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HTS 수장인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는 “다마스쿠스와 시리아의 모든 공공기관은 당분간 임시정부 체제하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임명한 모하마드 알잘랄리 총리도 “‘폭군’ 아사드가 시리아를 떠났다”며 “국민이 선택한 모든 지도부와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알잘랄리 총리는 또 자유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 나라는 앞으로 이웃 나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는 정상적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앞으로 시리아 국민이 어떤 지도부를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시리아 북서부에서 주로 활동해 온 시리아 반군은 공세 시작 사흘 만인 지난달 29일 북부 대도시 알레포를 탈환한 뒤 파죽지세로 남하해 지난 5일 하마, 7일 홈스 등 중부 주요 도시를 차례차례 점령하고 남부의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밀고 내려왔다.

HTS가 이끄는 반군은 이날 새벽 알아사드가 머물던 대통령 관저(대통령궁)로 진입, 그를 체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현재 알아사드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러시아 외부무에 이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 장관도 이날 “알아사드는 아마도 시리아 밖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알아사드가 탔을지 모르는 항공기가 중서부 해안 타르투스 쪽으로 가다 자취를 감췄다”며 “피격돼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반군은 민심 수습과 정부 장악에 나섰다. 우선 시리아 전역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정치범들의 석방이 이뤄졌다. 시리아에는 현재 14만명의 수감자가 있고, 이 중 상당수가 정치범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리아에서의 놀라운 일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 등 주변국도 전날 밤 카타르 도하에서 외무 장관 회의를 갖고 유엔의 시리아 특사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AFP는 “조만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계국들 간의 긴급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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